지난해 10월 공사출범과 함께 일반 교양물 성격의 '평생교육'프로그램을 대거 신설했던 EBS가 제작비 감축을 이유로 대폭 폐지한다.EBS는 21일 "방송발전기금 수령액 축소와 불경기로 인한 광고ㆍ출판수익의 격감으로 제작비를 15~20%삭감한다.
그에 따라 제작비에 비해 프로그램 완성도 및 시청자 반응이 저조한 프로그램은 4월부터 폐지한다"고 밝혔다.
폐지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삼색토크 여자'(금요일 오후 9시). 스타킹, 하이힐 등 여성의 일상을 중심으로 고품격 페미니즘 토크를 지향했던 프로그램이다.
'여성'이라는 주제를 선정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게 탐구해 호응을 받아온 프로그램이어서 벌써부터 게시판에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폐지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튜디오 임대료. 서울 사당동의 N-TV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데 제작비 감축으로 1,0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더 이상 지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 영어교육프로그램 '헬로 핑키펑기'도 같은 이유로 없어진다.
미래학을 주제로 한 시사토크프로그램 '미래토크 2000', 동요프로그램 '고운노래 맑은 노래', 10대들이 VJ가 되어 스스로 연출하는 '10대 리포트', 대학가의 소식을 전하는 '대학가 중계', 애니메이션 전문 프로그램 '애니토피아'등도 볼 수 없게 된다.
편당 제작비가 3,200만원인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 '사이언스 쇼'도 스튜디오 한번 사용할 때 제작분량을 1회분에서 2회분으로 늘려 제작비를 줄이고 있다.
EBS 측은 이들 프로그램의 폐지에는 제작비 외에 여러 가지가 고려되었다고 밝혔다.
김유열 편성기획팀장은 "'삼색토크 여자'의 경우에는 소재상 자칫 선정적으로 흐를 수 있어 교육방송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몇몇 프로그램은 아이템의 한계 때문에 시작 당시부터 단기간 방송할 예정이었다. "고 말했다. 또 '헬로 핑키펑기'나 '사랑의 교육학'등은 성격이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예정임을 밝혔다.
개편 당시 '뉴스만 없을 뿐, KBS 1TV와 거의 비슷하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대거 신설되었던 일반교양물이 제작비를 이유로 대폭 조정되자 EBS안팎에서는 정체성 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4월 라디오채널의 외국어채널 전환과 맞물려 '학교교육'과 '평생교육'사이에서 EBS의 방향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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