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기념 국가조형물인 '천년의 문' 의 건립이 재원조달과 관련하여 정부가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어 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이다.재단법인 천년의 문(이사장 신현웅)은 이달 말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는 '아직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 며 공식입장 표명을 미룬 채 30일께 사업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부가 선뜻 건립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큰 이유는 공사에 소요될 550억원이란 돈을 재단 측이 조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재단측은 문화부에 제출한 민간투자유치계획서를 통해 300억원은 국민성금모금과 민자유치를 통해, 나머지 250억원은 국고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또 일부에서 건립 예정지가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난지도라는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건축부지로 부적합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재단은 22일 캐나다 RWDI사의 풍동실험 결과 구조적 안정성도 입증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화부는 의보 재정 파탄 위기로 가뜩이나 정부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국민에게 더 이상 부담을 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 '국고 100억원만 지원할 수 있다' 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건립 자체가 백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와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문화적 가치가 전혀 없고 예산 낭비가 확실시된다" 며 '천년의 문 건립을 반대하는 500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대하고 있는 측은 설사 건립된다 해도 '직경 200m의 세계 최초이자 세계 최대 원형건축물로 파리의 에펠탑 못지 않은 세계적 명성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재단측 기대와는 달리 건설 이후의 운영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새 천년 국가 이미지 사업으로 공표한 '천년의 문' 건설자체를 현재 경제위기와 예산 문제 때문에 포기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며 정부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가의 정책시행 과정에 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징물 건립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80년대 미국에 세워진 베트남 전쟁기념비도 비슷한 예로 볼 수 있다.
당시 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된 기념비는 대학 2학년 여학생의 검은색 화강암에 전사자의 이름만 적어놓은 아주 단순한 작품이었다.
이제까지 수직으로 높게 솟은 영웅적 측면만 강조되던 전쟁기념비와는 완전히 다른 슬픔, 명상으로 가득찬 작품이었다. 참전 용사 등의 격렬한 반대가 뒤따랐다.
하지만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세워진 베트남 전쟁비는 현재 미국이 패한 최초의 전쟁이라는 역사적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는 의미깊은 기념비로 평가받고 있다.
공모전에 참여했다 탈락했다는 한 건축가는 "정부로서는 당연히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겠지만, 비리, 불법의 과정 없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추진되고 있는 국가적 사업은 반드시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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