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한국경제의 '맨손 신화'를 일구어낸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 명예회장은 한줌 흙으로 돌아가면서도 '불굴'의 메시지를 남겨 놓았다.
25일 서울중앙병원 영결식장에 모인 추모객들은 멀티비전을 통해 나오는 고인의 자신감 넘친 모습과 카랑카랑한 육성에 접하며 다시 한번 한국 현대사의 한 주역이었던 거목(巨木)의 타계를 아쉬워 했다.
○.오전 7시30분 서울 종로구 청운동 빈소에서 유족과 현대 임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발인제를 가진 고인의 유해는 대형 영정을 앞세우고 43년동안 고인의 넋이 깃든 인왕산 자락을 떠났다. 자하문길에 이르는 400여㎙ 골목길에는 현대직원 1,000여명과 주민들이 도열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운구행렬은 영결식장으로 가기 전 현대 계동 사옥에 들러 5분여 동안 머물렀다. 현대 임직원 1,000여명은 '남북화해와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물꼬를 트신 회장님의 큰뜻을 빛내겠습니다' 등 플래카드를 들고 '왕회장'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서울중앙병원 운동장에는 7,000여명의 조문객과 시민들이 운집, '선구자'와 '마이 웨이' 등의 추모음악이 연주되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영결식을 지켜 보았다.
20여년 동안 고인을 모신 이병규(李丙圭) 현대백화점 사장의 약력보고에 이어, 영결식장 양 편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에서 고인의 생전 모습이 나오자 유족석을 포함, 곳곳에서 낮은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유창순(劉彰順) 전경련 명예회장은 추모사에서 "고인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우리 민족을 선진국민 반열로 끌어 올린 산업화의 산증인이었다"고 애도했고, 우인(友人)대표 김상하(金相廈) 삼양사 명예회장은 "고인의 도전과 개척정신이야말로 국민에게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고 추모했다. 구 상(具 常) 시인의 헌시를 대독하던 탤런트 최불암씨가 끝내 울먹이자 유족과 추모객들은 다시 눈가를 닦아 냈다.
영결식에는 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서실장, 신국환(辛國煥) 산업자원부 장관, 김각중(金珏中) 전경련 회장, 이홍구(李洪九) 전 총리, 한승주(韓昇洲) 전 외무장관, 서영훈(徐英勳) 대한적십자총재 등이 참석했다.
○. 40여분 만에 영결식을 마친 유해는 경기 하남시 창우동 검단산 자락의 가족묘역으로 옮겨져, 낮 12시께 선친의 묘소 바로 밑 반평짜리 조촐한 묘에 안장됐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ㆍ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다)'를 신조로 세계적인 기업을 일으켰던 거인은 태극기에 싸인 채 생전에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땅으로 돌아갔다. 묘소에는 곧 '하동정씨주영지묘(河東鄭氏周永之墓)'라고만 쓴 단촐한 비석이 세워질 예정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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