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정국운영 방식이 정면돌파론으로 잡혀가는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정국 현안을 덮어두거나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정면으로 풀어나가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이해찬(李海瓚) 최고위원으로 전격 교체한 것도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정면돌파 의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바뀐 인사 스타일에서 가장 확실하게 드러난다.
김 대통령은 최선정(崔善政) 전 보건복지부장관을 경질할 때도 '선 대책, 후 교체'로 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김원길(金元吉) 의원을 기용했다. 더 이상 실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해찬 최고위원을 정책위 의장에 다시 발탁한 것도 김 의원 기용 못지않게 전격적이다.
철저함과 책임감, 꼼꼼함을 중시한 난국 돌파형 인선이기도 하다. 건강보험 재정파탄과 관련, 의약업계의 도덕적 해이 등 집단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강력한 정부, 든든한 여당'구상이 보다 실제적인 방식으로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의원 이적을 통한 자민련 교섭단체 구성과 DJP 공조 회복, 민국당을 포함한 3당 정책연합 추진 등에서 보여준 '가장 빠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25일 "강력한 정부가 구호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여권 내부의 체질이 강화돼야 한다"면서 "체질강화는 인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체질강화론은 이번 주 중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정부론은 집권 후반기 레임덕(권력누수현상) 방지 대책과도 맞물려 있다. 앞으로 현대그룹 문제, 공교육 위기, 신공항 안전 대책 등 난제들이 강력한 정부 기조 아래서 어떻게 방향을 잡아 나갈지 주목된다.
정면돌파 의지가 민심의 소재를 제대로 짚고 있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의약분업 문제와 관련, 책임론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이 최괴위원을 정책위의장에 재기용한 '저돌성'이 약효를 낼 수 있을지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그 이유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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