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24일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 빈소에 송호경(宋浩景)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 4명의 조문단을 파견하고 조화를 보낸다고 정부와 현대측에 23일 알려왔다.김 위원장은 또 정 전 명예회장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는 조전을 유족들에게 보냈다고 북한 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북한은 23일 오후 판문점 적십자 연락관 접촉과 베이징(北京) 현대지사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알려 왔고, 정부는 북한 조문단의 서울 방문을 허용했다.
김 위원장의 조전 원본을 휴대할 북측 조문단은 송호경 부위원장을 비롯 아태평화위의 강종훈 서기장, 리재상 리명일 참사 등 4명으로 구성됐으며, 고려항공 특별기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24일 오전 11시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한다. 이들은 조문을 한 뒤 같은 날 오후 5시 평양으로 돌아간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 조문단은 조문을 위해 방문하는 만큼 영접, 안내 등은 전적으로 현대측이 맡게 될 것이며, 정부측 인사가 이들을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 조문단의 서울방문은 제3차 장관급회담 연기 후 소강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북한 방송들은 이날 오후 3시 뉴스시간을 통해 "김정일 동지께서는 정주영 선생의 사망에 즈음해 고인의 유족들에게 조전을 보냈다"며 조전 내용을 보도했다.
조전은 "나는 북남 사이의 화해와 협력, 민족대단결과 통일애국 사업에 기여한 정주영 선생의 사망에 즈음하여 현대그룹과 고인의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내용이다. 끝 부분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주체90(2001)년 3월 22일, 평양'이라는 발신자가 명기돼 있다. 김 위원장이 남한 인사 사망에 조전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4년 문익환(文益煥) 목사 사망 당시 김일성(金日成) 주석이 조의문을 보내왔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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