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호가 23일 오후 3시(이하 한국시간)께 뉴질랜드와 칠레 사이 남위 44도, 서경 150도의 남태평양 바다에 추락, 우주개척사의 한 장을 마감했다.1986년 카자흐스탄 바이크노르 기지를 출발해 15년 간 우주실험장으로 활용됐던 미르호는 대기권을 통과하며 분해돼 1,500여 개의 파편으로 바다에 흩어졌다.
러시아 우주통제센터는 이날 오전 9시 33분께부터 미르호에 연결된 우주화물선 프로그레스호의 역추진 엔진을 세 차례 점화시키는 방법으로 오후 2시 59분 미르호를 남태평양 상공에서 대기권에 진입시켰다.
미르호는 대기권 진입 때의 마찰열로 137톤에 이르는 본체 대부분이 불타 없어지고 27톤 가량의 파편이 30분 동안 폭 200㎞, 길이 5,000여㎞의 해상에 쏟아져 내렸다. 이날 미르호는 서아프리카- 흑해-유라시아 대륙-한반도 주변-남태평양으로 추락 궤도를 그렸으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CNN 등 주요 언론은 이날 피지에서 미르호 잔해가 약 1분간 밝은 오렌지색 불꽃을 내며 바다로 떨어지는 장면을 생중계 했다. 미국ㆍ러시아의 우주비행사 및 과학자, 관광객 등도 현지에서 두 대의 비행기에 나눠 타고 추락 장면을 관찰했다.
그 동안 104명의 우주인이 방문했던 미르호에서는 무중력 상태의 인체변화 연구, 금속의 표면장력 실험 등 1만 6,500건에 이르는 우주실험이 치러졌다. 미르호의 폐기로 러시아는 미국과의 우주경쟁을 끝내고 미국 주도의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에 협력하게 된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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