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파탄은 우리사회의 도처에 국정을 일순간에 혼란에 빠뜨릴 악재가 도사리고 있음을 말해준다.현대건설과 현대전자의 유동성 위기는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며 불황 탈출의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있다.
현대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IMF 환란의 방아쇠가 됐던 한보사태나 최근의 대우, 동아그룹 침몰과는 비교가 안될 심각한 파괴력이 우려된다는 견해도 있다. 차일피일 매각이 미뤄지면서 '존속가치'를 축내고 있는 대우차 문제도 우리경제의 목숨을 노리는 환부로 커가고 있다.
IMF후 급격히 늘어난 재정수요는 재정적자의 누적이라는 새로운 위기를 낳았고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은 실업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29일로 예정된 인천신공항의 개항도 국민의 가슴을 졸이게 한다.
위기는 외면하고 덮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놓고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매각실패땐 직접손실 12조
☞ 대우차 처리문제
거대한 부실덩어리인 대우자동차 처리문제도 '태풍의 눈'이다. 부도와 법정관리신청, 대구모 정리해고와 생산중단 등 수많은 고통과 희생을 치렀지만 여전히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유일한 인후 희망업체로 꼽히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입질만 한 채 선뜻 덤벼들지 않아 정부의 속을 태우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인 대우차의 총 부채는 19조원(지난해 결산 기준). 대우차의 해외매각이 또다시 실패할 경우 채권단이 입게 될 직접 손실만 12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대우차 부도와 법정관리에 따른 해외신인도 하락이나 부품협력업체들의 연쇄부도 피해를 합치면 경제적 손실은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악몽'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우차는 이미 6,684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부품단가 인하, 차량판매가 인상, 재고물량 축소, 경상비용 감축등 구조조정을 통해 올해 9,992억원의 자금수지를 개선, 7월부터는 자체적으로 영업수지를 맞춰 독자생존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노조의 반발과 내수시장 침체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대우차 국내외 법인에 대한 예비실사를 벌이고 있는 GM은 4월 이사회를 거쳐 인수여부를 최종 결정하겠지만 인수하더라도 값을 후려치고 부실자산도 제외할 것이 분명해 국가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보인다.
김호섭 기자
dream@hk.co.kr
나라빚 119조 4년새 2배로
☞ 구멍나는 정부재정
작년 말 현재 국가채무는 119조7,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23.1% 선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69.5%)를 훨씬 밑돌아 현재론 재정이 '안정적'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돈 쓸 곳이 너무 많다. 구멍 난 건강보험재정에 당장 2조~4조원, 인천공항 적자에도 3년에 걸쳐 1조5,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정부가 지급보증선 104조원 공적자금도 상당액은 재정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세계 최악의 재정적자국인 일본조차 국가채무가 10년마다 2배로 늘어나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거치면서 4년만에 2배가 됐다.
사회복지수요 증가에 따른 재정악화는 복지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선진국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재정적자를 선진국으로 가는 '통과의례'로 당연시할 형편이 아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통일비용'이란 천문학적 규모의 잠재적 재정지출수요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파탄은 환란의 원인이었던 외환보유액 소진과 같은 성격이다. 경기조절을 위해 쓸 수 있는 '실탄'의 고갈을 의미한다. 일본의 현 상황에서 보여지듯 재정이 붕괴된 정부는 무장 해제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파괴력 '대우의 10배'
☞ 시한폭탄 현대
'현대 계열사 부도→타 계열사 동반 부실 및 협력업체 연쇄 도산 →금융기관 부실 심화 →자금시장 극도 경색 →기업 및 금융개혁 후퇴→국가 경제 위기.'현대 문제는 이처럼 국가경제에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올 만한 시한폭탄이다. 이 폭탄이 터지면 피해 반경은 대우사태때보다 최소한 10배 이상이다.
때문에 정부와 채권단이 '특혜'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이 달 초 건설, 전자, 석유화학 등 현대 계열 3사에 대해 '전방위 지원'에 나섰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경계와 불안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뇌관은 현대건설이다. 4월 말 마무리될 실사에서 예상보다 부실이 많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함께 대주주 감자가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건설 경기 침체로 수익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자구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영업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현대전자는 반도체 64메가 D램 가격에 목숨을 맡겨놓은 상태다. 현재 2.50달러 선인 반도체 가격이 회사측 기대(연평균 3.30달러 이상)대로 상승하지 않을 경우 유동성 위기는 불가피하다.
게다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이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을 높이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회사채 신속인수제도'의 혜택이 종료되는 연말 이후 독자적으로 회사채 상환이나 만기연장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현대투신의 경우 '유일한 희망'인 미 AIG그룹과의 외자유치 협상이 여전히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현대석유화학 역시 공장 매각 등 자구계획 이행이 생존의 관건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100만 넘어서 예산고갈 우려
☞ 늘어나는 실업
실직자수 예측이 잘못돼 실업예산 부족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노동부는 다음달부터 실업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노동부의 전망이 빗나갈 경우 예산이 바닥날 수도 있다.
노동부는 이미 몇차례의 잘못된 예측으로 오락가락해왔다. 올해 실업예산을 3조4,132억원에서 2조9,060억원으로 줄이더니 1월부터 실업자수가 예상을 뛰어넘자 허겁지겁 지난달 예산을 1,950억원 증액했다.
그러나 이 예산규모는 여전히 지난해 수준에도 못미치는 반면, 2월 실업자수가 노동부 관리목표인 100만명을 넘어 107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단기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절반으로 줄어든 공공근로와 정부지원 인턴채용 예산 때문에 실직자들의 큰 불만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노동부의 실업 대책은 5% 경제성장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대폭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1ㆍ4분기에 이미 예산의 45%를 집행해버린 공공근로는 하반기 이후 아예 중단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계에서는 지금이라도 정보기술(IT)분야 직업훈련 등 장기적 대책에 투입될 예산을 당장 시급한 공공근로와 인턴채용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은호기자
leeunho@hk.co.kr
개항 눈앞…연착륙 '조마조마'
☞ 인천공항도 불안
29일 문을 여는 인천국제공항도 주요 시설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 성공적인 개항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북아의 중추공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인천공항이 정상개항에 차질을 빚을 경우 국가 신뢰도에 먹칠을 하고 국정운영에 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인천공항은 개항이 6일 앞으로 다가 온 시점에서도 수하물처리시스템(BHS), 사용자 공용시스템(CUS) 등 핵심시설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제대로 보완되지 않고 있는 상태. 이들 시설에서 개항 후 오류가 발생할 경우 공항이 전면 마비되는 사태까지 우려된다.
항공사 관계자는 "주요시설들이 5차례 종합시운전 등에서 번번히 오류를 일으켰지만 이중 일부는 원인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항후에는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들이 시험운영때 보다 훨씬 많아져 문제점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일한 공항 접근로(공항고속도로)와 전문인력 부족, 숙박시설 미비, 공항공사의 경영난 등도 성공적인 개항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공항고속도로 인근에는 안개가 자주 끼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체 공항접근로가 없어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22일 공항 개항식에서 "인천공항 문제점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고 밝힌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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