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이 내주초로 임박한 상황에서 여권의 고위인사들은 "이번 인선에서는 책임감 철저함 현장감이 중시될 것"이라고 말했다.현 정부 들어 인선의 기준으로 개혁성과 능력이 우선적으로 꼽혔고 지금도 중시되지만, 이번에는 책임감 철저함 현장감이 발탁의 새 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23일 "책임감과 철저함, 현장감은 의약분업,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반성에서 비롯된 기준"이라며 "부실한 개혁은 완벽한 현상유지만 못하다는 게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부터는 임기 후반이라는 상황을 고려한 인선과 국정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새롭게 큰 일을 벌이기 보다는 그 동안 벌여놓은 정책들을 다지고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조용하고 내실있게, 또 꼼꼼하게 일을 챙기는 스타일의 각료들이 필요하다"면서 "튀는 스타 의식이나 한건주의, 입신양명의 목적 등은 이번 인선에서 배제해야 할 조건들"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이 개각에 대한 구상을 내비치지 않아 자천, 타천의 하마평이 무수히 떠돌고 있지만, 책임감과 철저함의 기준을 적용하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다.
한광옥 비서실장의 유임이 예측되고, 남궁진 정무수석이나 민주당 정균환 특보단장이 행정자치부장관에 거론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 실장은 취임 후 청와대 비서실을 소리없이 장악했고 난제들을 막후에서 풀었다.
남궁 수석이나 정 단장도 김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맡은 임무를 조용히, 정확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외교통상부장관에 민국당 한승수 의원이 유력한 이유도 3당 정책연합에 따른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지만 튀지않고 일을 하는 스타일이 한 몫 하고 있다.
김정길 법무부장관은 2년 가까이 재직,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5월 검찰총장 임기만료 때까지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책임감과 현장감에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 입각문제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성장과 입지를 위해 입각하려고 자가발전하는 사람들은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JP.한실장 주말협의
개각의 핵심인 DJP의 인선 협의는 어떻게 될까. 특히 건강보험 재정 파탄이 몰고온 국정의 위기가능성 아래서 청와대측이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사의 추천을 바라고 있어 자민련 몫 장관의 인선 기준 및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자민련은 '능력 중시' 기준을 고려해야 하지만 당 내부의 요구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아직까지 개각 인선에 대한 구체적 협의를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번 주말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인선을 협의한다.
청와대 관계자도 "아직까지 JP가 새 장관 추천 명단을 내놓지 않았다"며 "주말에 한광옥 실장이 JP의 신당동 자택으로 찾아가 인선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하마평에 오른 자민련 인사들에 대해 이미 인사 스크린 작업을 했기 때문에 양측의 개각 협의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자민련은 정치적 상황과 당내 사정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인선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만일 자민련이 능력없는 인사를 무리하게 추천할 경우 적극적으로 재고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JP가 잘 알아서 할 것이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나눠 먹기란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며 관료 출신을 비롯 관련 분야 경력을 갖춘 인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청와대측이 자민련 인사가 맡을 부처를 정해주면 JP가 거의 단수로 적임자를 천거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민련의 독자적 추천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자민련의 다른 고위당직자는 "JP가 국가와 민족을 내세우는 분이므로 누가 보더라도 능력을 갖춘 인사를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몫과 관련, 자민련은 3석 정도를 바라고 있으나 청와대측은 2석 정도를 생각하는 분위기다. 자민련에선 장재식 의원이 0순위로 지목되고 정우택 오장섭 이양희 의원, 변웅전 대변인, 김현욱 김영진 전의원 등이 입각대상자로 거론된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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