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은 다면적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여야 정치권은 '위대한 경제인' '재계의 큰 별' 등의 표현으로 '경제인 정주영'의 타계를 애도했다.하지만 '정치인 정주영' 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정 전회장이 대권에 도전하지 않고 경제에 전념했으면 더 좋은 업적을 남겼을 것" 이라며 '교훈론'을 꺼내는 경우가 많다.
정 전회장은 92년 1월부터 93년 2월 정계은퇴 때까지 1년여 동안 짧지만 파란만장한 정치를 했다. 정치권에서 'CY'로 불렸던 그는 통일국민당을 창당, 92년 3월 총선에서 31석을 얻어 대권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국민당 창당에 참여한 양순직 전 자유총연맹 총재는 "정 전회장이 당초 나에게 국민의식 개혁운동을 함께 하자고 제의했는데 나중에 대권 도전하는 것으로 취지가 변질돼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국민당에 참여했던 한영수 자민련 부총재도 "정 전회장이 병풍 역할을 하면서 정치개혁을 위해 후진들을 육성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대권 도전도 문제이지만 대선 패배 후 곧바로 정치권을 떠나버린 것도 책임있는 모습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국민당 참여 인사들은 "정 전회장이 노련한 기업 운영과 달리 정당 운영에서는 미숙한 점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경제인도 물론 정치를 할 수는 있지만 정경유착이 큰 문제가 되는 풍토에서 재벌 총수가 대권까지 도전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른 경제인들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정치인 정주영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말을 아끼겠다"며 "다만 정 전회장이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한 점은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92년 당시 여당 대변인을 지낸 한나라당 박희태 부총재는 "고인에게 무슨 말을 하겠느냐, 정 전회장이 정치판을 개조하겠다는 뜻을 펴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정 전회장은 성공적 기업인이었지만 정치인으로선 실패했다"며 "정경유착과 정치보복의 문화가 있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기업 등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대권에 도전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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