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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사커] 히딩크, 국내감독 조언경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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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사커] 히딩크, 국내감독 조언경청을

입력
2001.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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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이던 아들의 사회시험지를 보고 잠시 실소가 났던 일이 있다. 물건을 사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비싸더라도 마음에 드는 것을 산다"고 답을 한 것이다. 물론 정답은 '값싸고 좋은 제품을 산다'였다.평소 '같은 물건을 살 때 다소 비싸더라도 질 좋은 물건을 골라야 한다'고 가르쳐온 내가 잘못인지, 아니면 시험문제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값싸고 좋은 제품은 많지도 않고 고르기도 힘들다는 것은 분명하다.

새삼 초등학교 사회시험문제를 꺼낸 것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현재 모습이 값싸고 좋은 물건을 찾는 소비자를 연상시켜서이다. 시장(저변)은 좁고 좋은 제품(선수)은 드문 우리축구의 현실에서 숨은 진주를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히딩크 감독이 이름있고(비싸고) 좋은 제품으로 알려진 이천수도 마음에 차지 않아 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은 바로 이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내 대표팀 감독들이 발굴한 '값싸고 좋은 제품'은 무명일 때의 홍명보 황선홍(90년월드컵) 박지성 설기현(2000올림픽) 등 몇 되지 않는다. 그나마 이들은 발탁된 뒤 장시간 조련을 거치며 감독에 맞는 좋은 선수로 성장한 경우였다.

수원 삼성의 김호 감독은 "지도자는 무명선수를 발굴해 키우거나 아니면 좋은 선수들을 조화시켜 이에 걸맞는 성적을 내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며 "히딩크 감독은 두번째 유형에 가깝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히딩크 감독은 지금까지 명문팀에서 좋은 선수들만을 조련하며 지냈다. 따라서 숨은 진주를 찾는 노력보다 허정무 전대표감독이나 명망있는 프로팀 지도자들을 만나 조언을 듣는 것이 방향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이 히딩크 감독하에서 대폭 포지션이 바뀌었다가 다시 원래 포지션을 찾아 가고 있다는 사실은 히딩크 감독의 시행착오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경기를 많이 보면 볼 수록 선수파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선수를 시험할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 축구지도자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는다면 히딩크 감독의 시행착오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일정이 바빠서인지 아니면 나름대로의 대안이 확실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한국지도자들과 접촉이 거의 없었다.

히딩크 감독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는 판단은 자칫 독선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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