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은 트레이드 마크인 '불도저 정신'으로 경제뿐만 아니라 한국 체육계의 위상도 세계에 드높인 인물이다.그가 일궈낸 첫번째 업적은 무엇보다도 제24회 하계올림픽의 서울유치다. 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불과 넉달 앞둔 81년 5월 올림픽유치 민간위원장을 맡아 나고야를 52_27로 누르고 개최권을 따낸 주역이었다.
64년 도쿄올림픽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면서 "우리나라도 훗날 인류 최대 축제인 올림픽의 주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설득했다. IOC 위원들이 묵고 있는 호텔로 생화를 배달하는 등 갖가지 아이디어로 환심을 샀고, 전경련 회장으로써 기업계 인맥을 최대한 활용했다.
82년 7월 제27대 대한체육회 회장에 오르면서 한국엘리트체육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투자없는 경영으론 금메달을 딸 수 없다"며 사재까지 털어 체육계에 투자했고, 덕분에 LA올림픽 때부터 한국은 스포츠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대한체육회 고문, 체육동우회장,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집행위원, 서울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위원장 등 그가 거친 체육계 자리도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스포츠팀을 다수 창단, 국내 스포츠를 활성화한 공로도 크다. 77년 현대여자배구단, 78년 현대남자농구단을 창단한 데 이어 80년대 축구, 씨름, 남자배구, 90년대 여자축구, 여자사이클, 여자탁구, 프로야구 등 한해 500억 가까운 돈을 체육팀에 투자했다.
이렇게 열정을 스포츠에 쏟을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스포츠광이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곧잘 씨름을 했던 그는 바쁜 기업활동 중에도 테니스, 야구, 탁구 등을 사원들과 함께 즐겼을 만큼 애착이 강했다.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은 "체육계의 거목이 쓰려졌다"며 "고인의 상을 국민장으로 치러 가시는 길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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