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잘한다"는 입 소문이 도는 배우는 많다. 그러나 할리우드가 탐내는 '스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일종의 '전기'가 필요하다.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트래픽' 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베니치오 델 토로(34)도 대접이 달라졌다.
'중앙역'의 윌터 살레스 감독이 신작에 줄리엣 비노시와 함께 그를 캐스팅했고,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할 것이냐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약간 졸린 듯한 눈매에 살찐 제임스 딘 같기도 하고, 매맞은 브래드 피트 같기도 한 그는 사실 외모 보다는 연기력으로 승부한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주목해야 할 조연으로 나오더니, 천재화가 '바스키아'로 연기력을 과시했다.
푸에리토리코에서 태어난 그는 법관인 부모의 뜻을 거역하기 어려워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 연기학교에 입학했다.
미국내 남미인들의 발언권이 커지면서 '남미배우 수요'의 덕을 본 것도 적지 않았지만 '퓨너럴' ' 더팬' 에서 보인 이미지들이 그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약과의 전쟁에 맨 몸으로 승부하는 당당한 형사 역을 맡은 '트래픽', 치밀하고 간 큰 도둑으로 열연한 '스내치'에서 그는 물 오른 연기를 보이고 있다.
그는 아무 역이나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신 1995년에는 '서브미션'이라는 단편영화로 베니스영화제에 진출하기도 한 실력파 감독이기도 하다.
■웨이 오브 더 건
베니치오 델 토로가 아무 것도 건진 것 없는 실패한 도둑으로 나온다. 건달에 가까운 파커(라이언 필립)와 롱바우(베니치오 델 토로)는 정자를 팔러 갔다 '100만 달러' 짜리 대리모가 병원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간단치 않은 작업 끝에, 임신부 로빈을 납치하지만 문제는 커진다. 아이 아버지는 돈세탁업계의 대부이고, 여기에 그의 심복 사르노와 로빈을 사랑하는 의사가 얽히면서 일은 점점 복잡해진다.
'웨이 오브 더 건(The Way Of The Gun)'은 '유주얼 서스펙트'의 탄탄한 시나리오를 쓴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감독을 맡았고, 굵직한 배우들이 열연을 했다.
베니치오 델 토로는 물론 귀공자 타입의 라이언 필립은 몸무게를 늘려가며 출연했고, 대리모 역에 줄리엣 루이스, 사르노 역의 제임스 칸의 연기도 돋보인다.
다양한 복선이 많이 깔리고, 인물의 성격도 다변적이어서 보는 재미가 적지 않지만 '유주얼 서스펙트' 와 비교해서는 긴장도가 떨어지고, 반전의 힘도 미약한 게 사실이다. 전작이 시나리오 힘이 우월했다면, '웨이 오브 더 건'은 배우들의 몫이 한결 늘어났다.
박은주기자
jup@hk.co. 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