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전통과 혁신, 혁명과 반동이 끊임없이 점철돼 온 나라이다. 유럽에서 제일 먼저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을 퍼뜨린 나라이면서, 동시에 불과 한 세대 만에 나폴레옹의 황제체제를 받아들인 나라이기도 하다.최근 파리시장에 130년 만에 좌파 계열인 프랑스사회당 후보가 당선된 것도 이 나라의 특징을 잘 대변해주는 일대 사건이다.
'혁명과 반동의 프랑스사'(개마고원 발행)는 이러한 혁명과 반동의 역사로서 프랑스 근ㆍ현대사를 집중 조명한 책이다.
영국 웨일스대 역사학과 교수인 로저 프라이스는 역사 자체 만큼이나 다양한 관점에서 프랑스 역사를 다뤘다.
단선론적인 역사 개설서에 익숙한 국내 독자에게는 다소 산만해보일 수 있는 역사서술 방식임은 분명하다.
책은 843년 서프랑크 왕국의 성립부터 199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당선까지 1,000년이 넘는 프랑스 역사를 긴 호흡으로 살피고 있다.
루이 14세, 나폴레옹, 클레망소, 드골, 미테랑 등 프랑스사에 큰 획을 그은 영웅들은 물론, 중세 농민과 혁명기의 제3신분, 20세기의 노동자 같은 민중의 삶에도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그러나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난 모순과 갈등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대혁명을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에서 해석한 다음, 나폴레옹의 등장과 제정 통치, 왕정복고, 7월 왕정, 제2공화정, 제2제국, 제3공화정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신중하게 좇고 있기 때문이다. '반동은 또 다른 혁명의 에너지를 잉태시킨다'는 저자의 지적이 매우 날카롭게 들린다.
로저 프라이스 지음, 김경근ㆍ서이자 옮김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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