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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마지막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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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마지막 황제

입력
2001.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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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鄭周永) 전 현대 명예회장이 입원중이던 서울중앙병원은 21일 밤 수많은 보도진들로 발딛을 틈이 없었다. '오늘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는 위독소식 때문이었다. 생방송 중계차까지 설치됐다.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현대측은 그의 타계를 알렸다. 방송사들은 TV 정규방송까지 중단한 채, 성공과 좌절로 점철됐던 그의 삶을 자세히 보도했다.

AP AFP CNN 등 해외언론까지도 서울발(發) 뉴스로 정 전 명예회장의 사망기사를 전 세계로 타전했다.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과연 어느 누가 이토록 관심과 주목속에 눈을 감을 수 있을까. 말 그대로 '왕(王)회장'이었다.

그러나 역사속으로 사라진 '왕회장'에 대한 국민들의 심정은 아주 착잡하다. 현대그룹의 한 인사는 "명예회장님이 돌아가신 것도 슬프지만, 모든 이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떠나실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토의 혈맥을 뚫은 경부고속도로건설, 한반도 지도를 바꾼 서해안 간척, 최초의 국산자동차(포니) 제조, 반세기 분단의 벽을 허문 소떼몰이 방북.. 한국경제는 그에게 너무도 많은 빚을 졌다.

그러나 정경유착과 문어발식 확장, 가부장적 족벌경영, 그리고 이 모든 결과로 나타난 오늘날의 현대그룹 위기까지 그 역시 한국경제에 너무도 많은 빚을 남겨 주었다.

도덕적 나태와 타성에 젖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선 영웅적 기업인으로서 '제2의 정주영'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투명하고 정의로운 경제의 틀을 짜려면 황제적 오너로서 '제2의 정주영'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경제부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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