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다 갑자기 통화가 끊겨 황당했던 경험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이동통신회사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휴대폰 단말기의 성능 또한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휴대폰 단말기는 1년 전만 해도 거의 헐값으로 구입할 수 있어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2000년 6월 단말기보조금 제도가 폐지되면서 값이 30만~40만원 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공학기술교수평가단의 김창경(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휴대폰의 성능을 조사한 결과 단말기종에 따라 접속률, 인터넷이용 편의성, 조작 편의성, 배터리효율성, 휴대성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가장 기본적인 접속 성공률마저도 40%포인트까지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LG 사이버 100, 삼성 SCH-X100, SK IM-2100, 삼성 SCH-A350, 모토로라 V8260 등 011 셀룰러용 단말기 5종에 대한 성능테스트 결과를 중심으로 단말기 성능을 살펴본다.
▽접속률
김 교수팀은 지상과 지하에서의 단말기 접속 성공률을 조사했다. 일반통화와 인터넷접속은 서울 한양대 신소재공학관 4층과 지하 2층에서, 이동중 통화는 지하철 2호선 뚝섬~건대입구 구간과 왕십리~동대문운동장 구간에서 각각 40차례 시도했다.
접속률에서 LG사이버1000과 삼성SCH-X100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고 모토로라V8260이 가장 처졌다.
지상에서의 통화는 이동 중일 때도 모두 100% 성공했고, 인터넷 접속률도 95%~100%였지만, 모토로라 제품은 지하에서의 접속률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특히 일반통화의 경우 통화접속 성공률은 가장 접속률이 좋은 LG사이버(75%)보다 40%포인트가 떨어진 35%였다. 40회 전화를 걸어 14번밖에 통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인터넷접속률도 지하에서는 삼성SCH-X100보다 35%포인트 낮은 47.5%였고, 지하철 지하 구간에서도 다른 제품은 모두 90%대의 접속률을 보이는 반면 87.5%로 최하위였다.
▽인터넷이용 편의성
최근 들어 휴대폰 단말기 기능 중 관심을 많이 끌고 있는 부분. 무선인터넷서비스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사이버와 삼성SCH-X100이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LG사이버는 액정디스플레이의 가로 세로 길이가 각각 28.5㎜와 32.5㎜로 가장 넓고 소화할 수 있는 글자의 양이 많아서 디스플레이가 인터넷 이용에 편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에 접속할 때나 검색할 때 페이지가 바뀌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짧은 것은 삼성SCH-X100였다. 각각 0.6초와 3.9초가 걸렸다. SK텔레텍IM-2100이 그 뒤를 이었다. 모토로라V8260은 접속과 변환에 각각 8.7초와 4.6초가 걸려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작 및 사용 편의성
삼성 SCH-X100, 삼성 SCH-A350 등 삼성 제품이 기능키나 버튼을 조작하는 방법과 단계가 가장 간단했다. 버튼의 크기 비율은 중간 정도였으나 '천지인' 방식의 한글입력 시스템을 이용해 가장 쉽게 한글을 입력할 수 있었다. 삼성 SCH-A350는 알람시간을 설정하고 전화번호를 등록하기 위해 각각 6번씩 키를 조작하면 됐지만, LG사이버1000과 SK IM-2100은 7, 8번 버튼을 눌러야 했다.
오랜 시간 통화하다 보면 배터리에서 열이 나서 뜨거워져 여름철에는 통화하기가 불편한데, 30분 통화 후 온도를 측정한 결과 SK IM-2100이 섭씨 30.4도로 가장 낮았고, 삼성 SCH- X100이 33.1도로 가장 높았다.
▽배터리효율성
배터리가 완전 방전될 때까지 LG사이버의 경우 180분 즉 3시간 동안 연속통화가 가능했다. 삼성SCH-X100과 SK의 IM-2100은 각각 175분과 170분 동안 통화가 이어질 수 있었다. 모토로라V8260은 155분으로 연속 통화시간이 가장 짧았다.
연속대기 시간은 모두 48시간을 넘겼다.
▽휴대성
평가 대상은 모두 폴더형이고 요즘 추세가 얇고 가벼운 단말기가 대부분. 따라서 무게나 두께, 크기는 모두 휴대하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였다. 무게나 두께, 크기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것은 SK IM-2100. 배터리를 포함해서 69.1g으로 유일하게 70g을 넘지 않았다. 두께와 너비, 길이도 각각 18.1㎜, 40㎜, 80.3㎜로 부피도 가장 작았다.
LG사이버100이 72.5g으로 두번째로 가벼웠다. 삼성 제품들이 80g대로 무게도 많이 나가고 두꺼운 편이었다.
정리=문향란기자 iami@hk.co.kr
■휴대폰 최신경향 및 기능
휴대폰단말기를 구입하는 수요는 한 달에 90만~100만 명. 단말기 보조금 제도가 폐지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단말기 가격이 올라 그나마 소비가 위축된 게 이 정도다.
소비자들은 넓은 액정디스플레이를 채택한 폴더형을 선택하는 경향이다. 무선인터넷 등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자면 대형 액정디스플레이창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2000년 5월 출시된 LG전자 사이언사이버폴더는 단일 모델로 지금까지 128만 대가 팔려 나갔다. 슬림화, 경량화의 추세를 따르면서 국내 최초로 8라인짜리 와이드 액정디스플레이를 채택함으로써 젊은 무선 인터넷 인구를 흡수할 수 있었다.
폴더를 열어야만 시각이나 배터리 잔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폴더의 단점. 삼성전자의 듀얼폴더는 외부에도 액정화면을 달아 폴더를 열지 않고도 휴대폰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SK텔레텍 등도 외부액정창이 있는 듀얼 폴더를 선보이고 있다.
최신형 휴대폰은 버튼을 한번만 누르면 무선인터넷에 곧바로 접속되도록 전용키를 만들어 놓고, 자주 사용하는 메뉴를 등록하는 즐겨찾기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4월부터 발신자추적 서비스가 시작되는 것과 맞물려 발신자 번호 표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휴대폰 구매포인트
휴대폰의 구입할 때는 기능을 미리 파악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을 갖춘 단말기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요즘 선호되는 폴더형은 덮개를 한 손으로 열기가 힘들다는 점이 플립형에 비해 불편하다. LG에서는 누르기만 하면 덮개가 저절로 열리게 하는 버튼을 휴대폰 옆 부분에 설치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폴더형을 구입할 때는 직접 손으로 폴더 덮개를 열어보면서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
최신형 휴대폰은 대개 30만~40만원 대에서 가격이 결정되는데,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롤라 브랜드가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휴대폰 단말기라도 구형보다 한두 가지 기능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약간 바꾼 최신형이 평균 5만~10만원 정도 비싸다. 기능이 많거나 액정 디스플레이 화면이 클수록 휴대폰 가격은 상승한다.
특히 중장년층들은 버튼 조작에 서투른 경우가 많은데, 버튼이 가깝게 붙어 있으면 잘못 누를 가능성이 높다. 버튼 사이의 간격이 충분히 큰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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