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준비중인 김모(30)씨가 국내에 홀로 남게 되는 어머니를 대신해 재산세 관련 민원 처리를 위해 구청을 찾은 것은 지난달 말. 토요일 오후에도 구청이 민원업무를 한다는 말을 듣고 오후3시께 담당부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그러나 썰렁한 사무실은 이미 파장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씨는 그래도 업무엔 차질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한 직원에게 어렵게 말을 붙였다. 그러나 담당 직원이 비번이니 월요일에 다시 오라는 답변을 듣고는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시민들 헛걸음만 시켜
서울시 25개 자치구중 12개 자치구가 실시하고 있는 토요격주휴무제(토요전일근무제)가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시 본청도 이르면 다음달부터 토요격주휴무제를 도입할 예정. 그러나 시민들에게 헛걸음만 시키는 잘못된 행정이라는 비난이 그치지 않고 있다.
토요격주휴무제란 공무원 사기앙양과 토요일 오후밖에 시간을 낼 수 없는 민원인의 불편해소 등을 위해 관공서의 각 부서별로 2개조를 편성, 격주로 1개조는 쉬고 다른 1개조는 오후5시까지 근무하는 방식.
지난 1월 기획예산처의 추진 방안에 따라 현재 토요격주휴무제를 실시중인 자치구는 종로 강남 등 총 12개구에 달한다. 중구 서초 등 13개구도 민원부서 등을 중심으로 부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시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시청공무원 1,030명의 응답자중 92.5%(953명)가 토요격주휴무제 전면도입에 찬성하는 등 공무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주 5일 근무제로 변질'
그러나 이미 토요격주휴무제를 실시중인 자치구에서는 주민들 원성이 적지 않다.
토요격주휴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자치구 사무실은 토요일 오후가 되면 텅 비어있기 일쑤이다. 한 자치구 직원(42)은 "토요격주휴무제는 격주마다 다른 직원의 업무까지 맡아야 하는데 사실상 담당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민원들이 많아 되돌아가는 민원인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토요격주휴무제로 오히려 두번 걸음 하는 민원인이 늘고 실제로는 주5일근무제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토요격주휴무제는 1999년부터 정부차원에서 추진됐다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IMF 체제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여론과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배치된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45)사장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공공기관부터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현재 사회상황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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