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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또다른 수렁, 성차별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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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또다른 수렁, 성차별 교육

입력
200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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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제가 심각하다. 교육이민이라는 신조어가 누구에게나 아무 의문없이 이해된 지 오래되었다.입시과열, 과다한 사교육비, 무너지는 공교육, 집단 따돌림, 체벌, 돈봉투 문제, 해직교원문제, 사학 비리..

중고등학교 교육의 문제만 열거해보아도 끝이 없다. 서로 얽혀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한가지에 매달리다 또 다른 수렁에 빠지기를 거듭, 이제는 우리 교육에 희망을 거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이니, 아이들의 가치관에 소리없이 스며들어 엄청난 파괴력을 행사하고 있는 교육현장에서의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름 아닌 성차별적 교육의 문제이다.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여학생들의 자신감은 점차 약화하고, 남학생들은 갇혀진 교실에서 여성비하의 사고를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조사가 보여주는 통계에는 학생들의 자기 존중감이 고등학교 시기에 최하가 되는데, 이것은 이때 급속히 떨어지는 여학생들의 자신감 약화가 주요인이라고 한다.

교과과정에 배어있는 성차별적 내용은 이미 여성학계에서 자주 지적되고 있으며,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 개선안에 대해서도 여러 제안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고교 시절 누구나 경험하고 있는, 교사들의 직접적인 성차별 의식의 주입은 그 심각성에 비하여 속수무책의 상태에 있다.

'여학생은 암기를 잘해서 성적이 좋을 수는 있지만 논리적 사고에서는 반드시 남학생에게 떨어진다' '여자는 신체구조 자체가 열등하다' 등등. 여기에 소수의 교사들에 의해 자행되는 성적(性的) 체벌은 수많은 학생들의 자기 존중감을 형편없이 파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 여성학자의 조사에 의하면 여학생 뿐 아니라 남학생들까지도 대부분이 중고교 시절에 성적 체벌을 당했거나 다른 학생이 당하는 것을 보았으며, 그때 극도의 수치심을 느끼거나 어느 때는 교사와 함께 그러한 체벌을 즐기기도 했다는 것이다.

교사들에 의하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그러한 사실은 건드리기 힘들어 덮어두는 공적 비밀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공공연한 교육현장에서 성차별 의식을 주입받고 수치심을 경험하는 교육이라면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한 교육은 여학생들에게 스스로 발전하기를 포기시키고, 사회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권위주의적 남성을 양산할 것이며, 아마도 교육이민의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을 것이다.

경제적 환경이 좋아진 부모들의 교육열로 인해, 최근 주요 대학에 여학생 비율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대학관계자들은 마치 그 대학의 위상이 떨어진 듯 낙심하고 있다.

오히려 이 우수한 여학생들의 마음에 이미 포기심이 자라고 있으며, 남학생들에게는 근거없는 여성비하의 의식이 자리잡혀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큰 사회적 낭비인가를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교육개혁에는 어떤 별개의 문제에 대한 갑작스런 묘안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된다.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문제에까지 주의를 기울여 고쳐가는 성실하고 꾸준한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급의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대우를 높인다는 계획은 다른 어떤 시책보다도 앞서 실행되었어야 한다.

그와 함께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올바른 가치관을 키울 수 있도록 교과내용을 크게 개선해야 하며 이때 성차별적 내용도 철저히 시정해야 할 것이다.

교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대우 개선뿐 아니라 대학교수 업적 점검과 같은 계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며, 이때 학생들에 대한 태도, 성차별적인 발언과 특히 성적 체벌은 반드시 엄중히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신에 대한 존중감을 기를 수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정진성ㆍ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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