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 밸리에서는 2@일 의미있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지역 일대의 벤처인들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가진 것이다.이들이 모인 것은 최근의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과 관련해 정품을 사용하되 국산 소프트웨어를 애용할것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지식사회는 남의 지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나의 지식에 대한 가치도 인정을 받는 사회를 말한다. 대덕 벤처 기업인들은 지식기반산업이 자리를 잡아야 21세기 한국경제의 미래가 있다고 보고 지적재산권을 적극 존중하자고 결의했다.
대덕벨리는 28년 동안 3@조원이 투자된 연구단지에 기반을 둔 한국지식 산업의 중심이었다. 기업의 지식 가치가 보호을 받아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벤처기업들이 지적활동의 산물인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지적재산권이 존중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의견을 모은것이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은 기업과 소비자 상호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사무용 소프트웨어로 마이크로소프트(MS)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실에서 최근 이 회사가 취한 일련의 가격정책이 과연 고객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MS는 올 2월 벤처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협회라이선스(AA)계약제도 도입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을 전후해 이를 '없던 일'로 하려했다.
또 자사 제품에 대한 기습적인 가격의 인상으로 폭리를 취하려 했다. 단속이 시작되면서 대덕벨리에서는 한때 대부분의 기업들이 문을 닫아 걸어 업무가 마비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정품 사용 권유가 아닐 단속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단속시점에 정품이 없으면 벌금 등의 처벌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자본이 취약한 벤처기업에게 몇 천만원의 벌금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거금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벤처기업들은 개발완료를 눈앞에 둔 자료들을 눈물을 머금고 지워야 했고 올빼미처럼 밤에만 작업하기도 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단속이었던가. 이번 단속에 MS는 휘파람을 불고 있고,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사용자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품질이 열악하다는 선입관으로 국산 소프트웨어를 외면한 결과 MS가 독점을 악용해 폭리를 취하는 사태를 초래한것이다.
세계화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 국경은 엄연히 존재한다. 국산 소프트웨어를 애용하고 MS의 '대항마'를 키워야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경수·21세기 벤처패밀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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