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가진 돈이 얼마인지 자세히 모른다. 국세청이 3년간 조사하더니 3조원 정도 있다고 해서 그 정도 있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타계한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명예회장은 92년12월3일 대선출마당시 관훈클럽토론회에 참석, 자신의 재산규모를 처음으로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정 전명예회장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곳간'이었던 현대중공업 주식을 상당부분 팔아치웠다.
또 주식지분을 자식들에게 상당부분 물려줬다. 이 때문에 재산규모가 엄청나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2000년 들어 현대 경영권을 둘러싸고 자식들의 다툼이 일어나면서 주가가 폭락, 실제 재산은 얼마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그 와중에 현대자동차주식 등 각종 보유주식을 팔아서 현대건설의 유동성을 지원하면서 현대건설의 최대주주가 되기는 했으나 주식가치가 너무 낮아 총 재산은 1,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 마저 채권단이 감자를 통한 출자전환을 실시할 경우 재산은 미미해진다.
하지만 왕회장이 현업에 있을 때만해도 세계적인 억만장자의 대열에 올라있었다. 소한마리 판돈으로 무작경 상경하여 한때 국내최대의 매출 109조원대의 재벌그룹을 일군 정명예회장.
한때 왕회장 재산 3조∼6조로 추정됐다. 당시 재계에선 그의 재산규모가 대략 3조∼6조원 대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재산이 대부분 상장사 및 비상장 계열사 주식으로 이뤄지고 있고, 부동산 및 채권 등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제전문지들이 상장사 주식지분을 토대로 그의 재산을 발표했던 것이 재산파악의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경제전문주간지 포브스는 97년 8월 세계부호들의 재산를 발표하면서 정명예회장일가의 재산이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과 비슷한 52억달러로 세계47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장남 정몽구(鄭夢九)그룹회장등 2세들의 재산까지 포함한 것이다. 이같은 금액은 당시 환율을 감안할 때 4조3,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산이다.
그러나 이 당시 영국과 호주에서 동시에 출판된 「아시아갑부클럽」이란 잡지는 정명예회장일가의 재산이 62억달러로 아시아에서 열번째 갑부라고 발표했다.
한편 97년 11월2일 홍콩의 빈과일보가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아시아판을 인용하여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정명예회장 일가 재산은 490억홍콩달러(당시 환율감안시 5조9,000억원)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상속세규모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재벌 총수중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낸 기업인은 고 최종현(崔鍾賢) 전SK그룹회장으로 7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정명예회장의 라이벌이었던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회장의 상속세신고 규모는 국내최고 재벌총수답지 않게 150억원에 불과했다. 이로인해 삼성 창업주가 2세들에 대한 사전 상속을 통해 상속세를 최소화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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