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은 유엔이 정한 제9회 '세계 물의 날'이다. 전 인류가 함께 고갈되는 수자원을 보전해나갈 것을 다짐하는 날인 것이다. 정부는 이날 기념식과 함께 물 심포지엄, 물 종합전시회, 수자원시설 주변 대청결 캠페인 등 다채로운 행사를 벌인다. 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많은 나라들이 수자원보호에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세계 많은 나라가 물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로 분류돼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향후 수년 내 심각한 물 부족현상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나라 물 부족 실태
국제인구행동단체(PAI)는 2000년 보고서에서 한국을 벨기에 남아공, 영국 등 11개국과 함께 물 부족국가로 분류했다. PAI는 유엔은 물론 미국 의회와 협력, 전 세계 인구조절정책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인구변동과 관련된 미래의 추세를 예측하는 다양한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물 부족국가는 연간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1,700㎥ 미만인 나라로, 한국은 지난해 1인당 물사용 가능량이 1,488㎥에 불과했으며, 2025년에는 1,276~1,402㎥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세계 평균(973㎜) 보다 많은 1,283㎜이다. 그러나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불과한 2,705㎥이다. 특히 연도별, 지역별, 계절별 차이가 심해 물 관리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이에 따라 전 국민의 14%인 659만명이 상수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28개 시ㆍ군이 상습 가뭄을 겪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인구증가와 상수도보급 확대, 경제성장 등에 따른 물 수요 증가로 2004년부터는 전국적으로 물 부족사태가 발생하기 시작, 2011년에는 현재 건설중인 수자원 시설이 모두 완공되더라도 약 20억㎥의 물 부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책
우리나라 연간 수자원 이용량 333억㎥(99년 기준) 중 50%는 자연 하천수 취수 분이다. 따라서 조금만 가물어도 취수 장애가 발생한다.
댐 건설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간 내리는 비 1,276억㎥ 중 증발되는 양(548억㎥)을 제외하고 하천으로 흘러가는 물의 양은 728억㎥. 이 중 31%인 395억㎥는 그대로 바다로 유출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수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용담, 밀양, 탐진댐과 용천댐 도수로 등 4개 다목적댐을 건설 중이다. 또 환경친화적 중소규모 댐을 지속적으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의 3분의 2는 6~9월에 집중된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홍수, 겨울과 봄에는 가뭄이 빈발하고 있다.
건교부는 여름철에 물을 가두어 홍수를 조절하고, 이 물을 용수로 활용하기 위해 다목적 댐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댐 건설에 10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물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나 경제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건설 중인 14개 광역상수도를 2005년까지 완공, 전국 상수도 보급률을 지난해 말 86%에서 2011년 95%로 높일 계획이다. 또 생산원가의 75% 수준인 물 값을 생산원가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인상, 물 절약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물 절약 요령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 능력을 확충하는 것과 함께 불필요한 물 소비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의식과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 절수기 설치
서울 앰배서더호텔은 2년전 1,225만원을 들여 모든 수도꼭지와 변기에 물 배출량 조절기를 설치했다. 이로 인해 월 1,458톤(9.6%), 220만원 어치의 물을 절약할 수 있었다. 투자 6개월만에 시설비를 회수하고도 남았다.
이처럼 수도꼭지나 샤워기만 절수형으로 바꿔도 엄청난 양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1998년부터 모든 신축건물에는 절수형 변기를, 지난해부터는 수도꼭지와 샤워기를 절수형으로 설치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정부는 기존의 수영장, 목욕탕, 숙박업소 등 물을 많이 사용하는 업소에는 절수기 설치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 중수도 이용
중수도는 말 그대로 사용한 물을 재활용하기 위한 시설이다. 중소도 설치는 권장 사항일 뿐이어서 건물주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한국제지, 동해펄프, 포항제철 등 기업이 3,100만㎥의 중수를 생산함에 따라 3억2,000만원의 수도요금을 깎아 주었다. 중수도는 대형 빌딩이나 공장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 목욕물을 버리지 않고 허드렛물로 사용하는 것도 같은 개념이다.
◈ 낡은 수도관 교체
현재 전국의 낡은 수도관은 4만㎞, 이를 통해 버려지는 물은 연간 10억톤에 이른다. 팔당댐 저수용량(2억4,400만톤) 4배의 물이 새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98년 낡은 수도관 교체에 본격 착수, 2011년까지 수도관 누수율을 현재 18%에서 선진국 수준인 10%로 낮출 계획이다. 그러나 가정에서도 자체 수도관과 수도설비를 점검, 낡은 수도관을 개량한다면 새나가는 물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물 쓰듯 물 낭비하는 나라?'
우리나라의 물 소비 수준은 1인당 하루 388리터로, 미국과 호주에 비해서는 적지만 일본(357리터), 영국(323리터), 프랑스(281리터), 이탈리아(383리터) 등 주요 선진국들보다 많은 양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자원을 개발,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의 물 절약이 절실하다.
올해 우리 국민이 소비할 생활용수는 74억㎥로 공업용수 39억㎥의 2배 수준, 2006년에는 생활용수 수요가 81억㎥, 공업용수가 41억㎥로 생활용수의 비중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물 절약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는 한편 단계적으로 물 값을 생산원가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광역상수도의 물 생산원가는 ㎥당 226원으로 판매가격(168원)의 75% 수준이다.
지방상수도의 경우도 생산원가는 ㎥당 535원인데 비해 판매가격은 396원으로 74%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가정용 물 값은 ㎥당 평균 397원(서울 446원)으로 다른 나라의 15~5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자원공사는 "낮은 물 값은 물 과소비를 부추겨 물 부족을 심화시키고 수자원 개발 및 관리를 위한 투자재원 조달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물 값 현실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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