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실시이후 진료 및 조제 서비스가 부실해지고 있다.20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작년 11월 한달간 EDI(전자문서교환)로 보험급여를 청구한 의원 4,996곳의 청구 내역을 분석한 결과 ▦하루 300명이상 환자를 진료한 의원이 31곳(0.6%) ▦200~299명 203곳(4.1%) ▦150~199명 425곳(8.5%) ▦100~149명 1,076곳(21.5%) 등 전체의 34.7%인 1,735곳이 하루 100명 이상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진료한다고 해도 환자 300명은 평균 2분당 1명, 환자 100명은 평균 6분당 1명인 셈이다.
또 작년 12월 한달간 EDI로 보험급여를 청구한 1만2,759개 약국 중 ▦하루 1,000건 이상 조제 38곳 ▦900~999건 20곳 ▦800~899건 25곳 ▦700~799건 39곳 ▦600~699건 68곳 ▦500~599건 143곳 ▦400~499건 260곳 ▦300~399건 497곳 등 전체의 8.5%인 1,090곳이 하루 300건 이상을 조제했다.
이를 약국 1곳당 평균 약사수(1.28명)로 환산하면 약사 1명이 ▦하루 1,000건 이상 조제 17곳 ▦900~999건 8곳 ▦800~899건 13곳 ▦700~799건 22곳 ▦600~699건 37곳 ▦500~599건 81곳 ▦400~499건 172곳 ▦300~399건 497곳 등 모두 703곳(전체의 5.5%)에서 약사 1명이 하루 300건 이상을 조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국이 하루 12시간 동안 환자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하루 1,000건을 조제하려면 평균 43초당 1건씩 쉬지않고 조제를 해야 하며 300건을 한다고 해도 2분24초당 1건씩 조제하는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사법에 의무화돼 있는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려면 의약분업초기인 점을 감안해도 하루 120건 이상은 불가능하다"면서 "의원의 경우도 평균 2분에 1명씩 환자를 봐서는 제대로 진료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같은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적정 수준 이상의 처방 및 조제건수에 대해서는 보험급여를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료인상은 반개혁적
경실련과 민주노총 등 20여 노동ㆍ농민ㆍ시민단체들은 20일 '부당한 보험료 인상 반대와 건강보험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발족, "의료계의 집단이기주의와 정부의 '퍼주기식' 수가인상으로 의약분업이 '콩 심은데 팥난 꼴'로 변질됐다"고 정부와 의료계를 싸잡아 성토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의료계 폐업을 달래기 위해 '남발'한 수가인상에서 건강보험 재정파탄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면서 "보험료 인상이나 본인부담금 인상,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 의료저축제도 등 정부의 대책은 서민의 부담으로 의약계를 다시 살찌우는 반개혁적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경실련 이강원(李康源) 정책부실장은 "1999년 11월 이후 다섯 번의 수가인상 중 지난해 7월(9.2%, 9,262억원) 9월(6.5%, 4,257억원) 올 1월(7.08%, 4,700억원)의 세차례 인상은 합리적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면서 "99년 이후 수가인상률이 43.9%, 재정부담 증가액은 2조4,421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김기식(金起式) 정책실장은 "올 1월 상대가치수가 도입 때 역시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 평가를 위해 1년 유보를 제안했지만 정부와 의료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에서 묵살됐다"고 비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한 관계자는 "정부가 '껍데기'의약분업을 위해 개업의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수백만원씩 손에 쥐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건강보험의 근본개혁을 위해 환자의 병명에 따라 총 의료비를 미리 결정하는 '포괄수가제'와 한 해 수가 총액을 미리 정하고 그 한도내에서 진료를 하게 하는 '총액계약제' 도입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또 ▦의료기관의 경영ㆍ재정평가를 통한 수가 재조정 ▦ 주사제의 처방료ㆍ조제료 철폐 ▦ 진찰료ㆍ처방료 통합 ▦약값 '거품' 제거 등을 제시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건강보험공단 "1,070명 감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자체 관리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6월말까지 전체 직원의 9.2%인 1,070명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공단은 4월말까지 희망퇴직자를 받아 1차 감원하고 희망자가 계획인원에 미달할 경우 '정리해고'를 단행할 방침이다. 공단은 직원 1,000여명을 줄이면 연간 35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단은 또 보험료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체납보험료 중 73.5%를 차지하고 있는 대도시 지역으로 직원 1,000여명을 전보하고 진료내역 통보 및 수진자 조회 전담 인력도 대폭 보강할 계획이다.
공단은 작년 하반기에 3급 이상 402명 등 941명을 감축했었다.
김진각기자
jgkim@hk.co.kr
■의약분업후 요양기관 지급액 8%증가
의약분업 시행 이후 보험자(국민건강보험공단)가 의료기관 및 약국 등 요양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가 8% 가량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1월부터 환자본인부담 정액적용 상한액 조정으로 1조2,000억원 이상을 보험자가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나타나 보험재정 파탄이 가속화 할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일 발표한 '의약분업 전ㆍ후 보험자 부담비율 변화 추이'에 따르면 의료계 파업철회와 수가인상 등 분업 시행이 본격 반영된 지난해 11월~2001년 1월 사이 3개월간 보험자가 병ㆍ의원 등 의료기관(외래 기준)지급한 급여비는 총 2조3,4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 기간중 총 진료비(보험자부담금+환자본인부담금) 3조3,946억원의 68.94%에 해당한다.
요양기관별로는 의료기관에 1조4,210억원(66.2%), 약국에 9,193억원(73.8%)을 각각 지급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1~10월 의료기관 및 약국에 각각 지불한 보험자 급여비 부담율 60.8%(3조8,582억원), 64.3%(2,037억원) 등에 비해 의료기관은 5.4%, 약국은 9.5%가 증가한 것이다.
분업 이후 보험자의 급여비 부담 비중이 늘어난 이유는 1월부터 수가가 9% 가량 또 오른데다, 환자본인부담정액 상한액이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본인부담 상한액 조정에 따른 보험자 추가 부담액은 의료기관 7,606억원, 약국 4,719억원 등 무려 1조2,324억원으로 예상돼 엄청난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재국(曺在國)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산업팀장은 "지출억제 차원에서 환자 본인부담 정액적용 상한액을 다시 조정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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