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71)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암살 위협에 대한 불안감으로 과거 게릴라 활동을 할 때처럼 생활하고 있다.아라파트는 최근 소형 기관단총을 직접 차고 다니고, 삼엄한 경호를 받으면서 거의 매일 잠자리를 옮기고 있다. 지난 달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 갈 때도 요르단 군용헬기를 타고 비밀리에 이동할 정도로 신변안전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아라파트를 정기 검진하고 있는 요르단의 신경정신과 의사인 아쉬라프 알 쿠르디는 19일 "아라파트는 건강하지만 현재의 이스라엘과의 유혈 충돌에 따른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잦은 해외방문도 신변 안전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아라파트는 19일 요르단과 예멘을 방문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아랍권의 지지를 얻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달 초 팔레스타인 과격파가 버스 테러를 자행하자 아라파트는 서둘러 터키 방문 일정을 만들어 출국했다는 후문이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팔 유혈충돌이 계속되면서 이스라엘 군과 정부 일각에서 아라파트를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아라파트는 생활 방식을 바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극우 강경파인 아리엘 샤론이 총리에 취임한 이후 이스라엘 군 장성들은 내각에 아라파트는 평화와 안보의 장애물에 불과하다며 아라파트 제거론을 피력했다.
특히 이스라엘 보안군 중견 간부들은 테러의 배후에는 아라파트가 있다며 그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의 한 과격 정착민 단체는 지난 달 말 아라파트를 암살할 것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샤론 정부가 아라파트 제거에 대해 공식적으로 제안하거나 결정한 것은 없으나 유혈 충돌이 격화할 경우 아라파트 암살론은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이끄는 파타 운동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등 내부에서도 도전을 받고 있는 아라파트가 이 같은 암살 위협에도 불구,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상을 마무리하고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를 창설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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