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건강(의료)보험 재정 파탄 대책 가운데 어떤 것을 택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최소 3조5,000억원 이상의 추가부담이 지워지는 것으로 드러났다.이에 따라 보험료 인상과 국고지원, 금융기관 차입 등 국민 부담을 전제로 한 대책 뿐아니라 의보 파산위기의 주원인이 된 병ㆍ의원, 약국의 진료수가 인상액을 다시 낮추는 등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하고 있다.
당정은 20일 당초 보험료를 20%이상 인상하려던 정부안을 수정, ▦7월중 보험료 인상(15%수준) ▦국고 추가지원 ▦공단운영비 절감 ▦주사제 처방료 및 조제료 삭감 등을 통해 2조5,000억원 가량을 확보해 의보 재정을 보전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1일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의보적자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그러나 부당ㆍ허위 청구 심사 강화 등 건강보험공단이 올해 자구노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 당초 예상(1조원 이상)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단과 의약계 등에 따르면 보험료 15% 인상으로 추가 확보할 수 있는 금액과 공단의 자구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추가 수입이 각각 5,000억원에 그쳐 3조원은 국고지원 등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3조원 중 1조원 이상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국고 추가지원(공채 발행)으로 확보하고, 나머지 1조원 정도는 정부가 보증을 서고 공단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차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추경을 편성할 경우 재정적자가 그만큼 더 늘어나고 공단 차입도 국민부담으로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국민부담은 올해에만 3조5,000억원에 이르고 국민 1인당 추가부담은 8만7,000원, 4인가족 기준으로는 34만7,000원으로 추산된다.
결국 보험재정의 파탄이 국민을 도외시하고 의료계ㆍ약계 등 이익집단에 영합하는 바람에 빚어졌고, 적자를 메우기 위한 대책도 국민부담에 의존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이에 건강연대 조경애(여) 사무국장은 "당정의 대책은 결국 국민을 희생한 채 병ㆍ의원과 약국을 계속 살찌우겠다는 얘기"라면서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려면 요양기관의 경영을 재평가해 수가를 재조정하거나, 지급하는 수가의 총액을 미리 정하고 그 범위에서 진료토록 하는 총액계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정식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당정안은 정부가 수가 인상으로 초래된 재정적 어려움을 가입자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을 '건강보험료 내는 기계'로 생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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