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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입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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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입센

입력
2001.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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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8년 3월20일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텔레마르크에서 태어났다. 1906년 몰(歿). 입센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변호사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로서 평범한 삶을 살다가 자신의 주인이 되기 위해 어느 날 집을 뛰쳐나가는 여성을 그린 3막 희곡 '인형의 집'(1879)일 것이다."아내이며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여성으로 살겠다"는 전언을 통해서, 이 작품의 주인공 노라는 인형이 되기를 거부하는 새로운 여성들의 등장을 알리며 페미니즘 운동의 한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정성주 씨의 탁월한 텔레비전 드라마 '아줌마'가 그랬듯, 당대의 보수적 관객들로부터는 가정과 결혼의 파탄을 부추기는 위험한 선동물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입센은 그보다 두 해 뒤에 발표한 3막 희곡 '유령'에서 그런 비판을 맞받아쳤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견디지 못해 집을 뛰쳐나갔다가 목사의 설득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와 '모범적인'삶을 사는 이 작품의 주인공 아르빙 부인은 노라에게 남겨져 있던 또 하나의 가능태였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아르빙 부인의 개인사와 가족사를 비참하게 마무리함으로써, 전작에서 노라의 출분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강조한다.

기자는 정성주 씨의 '아줌마'가 '인형의 집'에 필적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인형의 집'이 근대극의 출발점이라면, '아줌마'는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새로운 기원이랄 만하다.

작가는 섬뜩할 정도의 리얼리티로 남성들ㆍ지식인들만이 아니라 인간 일반의 위선과 속물 근성을 가차 없이 해부함으로써, 우리 드라마의 상한선을 황홀하게 경신했다. 만화 같은 구성과 설익은 대사로 시청자들을 학예회 관객으로 만드는 '바보 드라마들'의 왕국에서 정성주 씨 같은 작가를 보는 것은 놀랍고 즐겁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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