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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 2인 묵직한 평론집 출간 "사라진 문학정신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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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 2인 묵직한 평론집 출간 "사라진 문학정신은 어디에..."

입력
2001.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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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개개 시편에 대한 구심적 경의에 바탕한 견고한 해석이요 이해이다."(유종호) "(1990년대 이후의) 우리 소설은 미문과 기교를 숭상하는 퇴폐로부터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방민호)문학비평계의 대표적인 중진, 소장 비평가가 시단과 소설계의 문학정신 실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묵직한 평론집을 냈다.

유종호(66) 연세대 석좌교수가 5년만에 낸 '서정적 진실을 찾아서'(민음사 발행)는 한국 시에 대한 섬세한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최근 시 창작과 비평에서 사라지고 있는 '서정성'의 회복을 모색한다.

방민호(36ㆍ단국대 강사)씨는 자신의 두번째 평론집 '납함 아래의 침묵'(소명출판 발행)에서 90년대 소설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두면서 '새로운 리얼리즘'의 회복을 주창하고 있다.

'서정적 진실을 찾아서' 시의 서정성 회복 주장

유 교수는 1957년 이후 반세기 가까이 현장비평을 계속해온 평단의 중진이고, 방씨는 1994년 등단해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해온 진보적 계열의 대표적인 젊은 평론가다.

연륜과 문학적 입장의 차이를 넘어서서 두 평론가는 우리 문학, 나아가 인문학의 위기 상황에 대한 치열한 실증적 분석과 함께 진지한 답을 모색하고 있다.

유씨는 현재 한국 시의 문제를 "시와 문학의 위엄을 훼손시키는 졸속적 양산주의, 비문학적 명망 조성을 위해 문학 매상을 실천하는 상업적 탤런트주의,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시를 더욱 알 수 없는 소리로 만드는 것이 소임인 것으로 보이는 해설주의"라고 진단한다('캐주얼의 시학'에서).

그는 다른 평문에서도 자기 모방과 대량 생산, 형식 홀대를 '시의 세 공적(公敵)'으로 규정했다. 또한 이러한 시인들 '내부로부터의 자해행위'와 잘못된 비평행태 때문에 좋아하는 시를 대라고 하면 교과서에 나온 시인이나 세평 속의 명망가를 대거나, 심지어 시와 대중가요 가사도 구분할 줄 모르는 문학현실을 낳는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전제에서 유 교수가 백석 등 해방 이전의 대표적인 시인들과 서정주 신동엽 신경림의 시에 대한 정치한 검토를 거쳐 주창하는 것이 '서정적 진실'의 회복이다.

"서정시는 어떠한 진술도 즉각 진실이 되는 영역"이라는 쿤데라의 말을 인용한 그는 "서정시의 진실은 번역으로는 느낄 수 없는 해당 언어의 미묘한 세목 속에 자리하고 있으며, 제자리에 놓인 적절한 말을 확인하고 그 대체 불가능성이 빚어내는 팽팽한 긴장을 음미하는 것이 시 읽기가 제공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어야 한다"며 따라서 문학창작과 교육도 이러한 개별 시편에 대한 경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 교수가 시 정신의 실종을 말했다면, 방씨는 90년대 소설의 '상업주의'를 질타한다. 방씨는 "90년대를 지배한 문학정신은 88올림픽 이후 자본주의의 급속한 발전과 90년을 전후로 한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을 계기로 한 문학 상업주의의 전면화, 문학주의 혹은 미학주의 결합이거나 신국가주의의 결합"이라고 본다.

'납함아래의 침묵' 새 리얼리즘 소설 추구를

방씨가 평론집 제목에 쓴 '납함'이란 중국 작가 루쉰(魯迅)이 쓴 용어. '여러 사람이 함께 소리내어 외침'이란 뜻인데, 그는 '납함 아래의 침묵'은 90년대 우리 소설ㆍ비평계에 많은 논쟁ㆍ논란이 있었지만 요란함 만큼 생산적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뜻으로 썼다고 밝혔다.

그는 90년대 문학은 이제 종언을 고하고 있으며 우리 문학은 "80년대와 70년대 리얼리즘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이들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리얼리즘 문학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씨는 황석영 이나미의 최근작에 대한 분석과 이인화 김소진에 대한 논쟁적 검토, 박완서 박범신 조세희 이문열 작품의 다시 읽기를 거쳐 백낙청 김윤식 등 선배 비평가들을 논하면서 거기에 이르는 길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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