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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학을 이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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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학을 이끌 작가"

입력
2001.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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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계가 '21세기 소설 문학을 이끌어갈 작가'로 주저없이 꼽는 칠레 출신 소설가 루이스 세풀베다(52)의 작품들이 잇달아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남미적인 소재에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구미 소설이나 영화의 느와르적 기법을 구사하는 그의 소설은 현재 세계적으로 남미 작가로서는 마르케스 다음으로 많은 독자를 흡인하고 있다.

최근 바다출판사가 세풀베다의 환경동화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를 번역소개한데 이어, 열린책들은 그의 대표작인 '연애소설 읽는 노인'과 '귀향' '감상적 킬러의 고백'등 3권의 책을 동시에 출간했다.

열린책들은 '파타고니아 익스프레스' '세상 끝의 세상' 등 세풀베다의 다른 작품을 계속 번역할 예정이다.

세풀베다는 칠레 북부 오바예 출신으로 피노체트 군사정권 하에서 반독재 투쟁으로 수감됐다가 국제사면위원회의 도움으로 석방된 후 망명길에 올랐다.

유네스코 기자로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남미지역에서 연극단체를 이끌던 그는 1980년 독일에 정착한 뒤 현재는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다.

1970년대에 이미 시와 단편소설로 권위있는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상을 수상하는 등 재능을 보인 그는 작가이기 이전에 지칠 줄 모르는 여행가로 알려져 있다. 남미의 아마존은 물론 남극의 오지, 그린피스의 해상 감시선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의 이런 이력은 출세작인 '연애소설 읽는 노인'(1979)에 잘 반영돼있다. 주인공 볼리바르 노인은 아마존의 오지에서 연애소설의 책장이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원주민과 동물들과 생활하는 인물. 평화롭기만 하던 마을에 밀렵꾼들이 들이닥치면서 살인사건이 이어진다.

밀렵꾼에게 가족을 잃은 암살쾡이가 인간 사냥에 나선 것이다. 노인은 이 암살쾡이를 추적한다. 세풀베다가 묘사하는 볼리바르 노인의 암살쾡이에 대한 추적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헤밍웨이의 노인이 인간의 승리를 이야기했다면, 세풀베다의 노인은 자연을 무시하고 발전ㆍ승리만을 좇는 인간행위가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깨닫게 한다.

함께 번역된 세풀베다의 다른 작품 '악어'도 아마존의 보호 동물인 악어를 밀렵해 상품화하는 유럽의 피혁회사 조직과 그들에게 부족이 몰살당하고 살아남은 인디오 전사가 벌이는 처절한 싸움을 통해 자연 파괴를 경고한 작품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정취가 흠뻑 느껴지는 이런 작품들과 달리 '감상적 킬러의 고백'과 '귀향'은 이른바 '흑색 소설'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세풀베다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실업자로 전락하는 전문 킬러, 나치 독일하에서 사라진 63개의 금화를 둘러싼 음모를 각각 그린 이 작품들에서 세풀베다는 속도감 넘치는 문장과 영화 같은 이야기 구조를 도입하면서도 문학성을 잃지 않는 일급의 추리물을 선보이고 있다.

1998년 전세계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8위에 올랐던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프랑스의 장 자크 아노 감독에 의해 영화화하는 등 대부분의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남미문학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명성에 비해 덜 이해되고 있는 남미문학의 국내소개에 그의 작품이 불을 댕길 것으로 기대된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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