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뽑아준 구의회가 이렇게 주민들을 무시할 수 있습니까..'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앞 한 아파트단지.강남구의회를 성토하는 빨간 걸개글이 펄럭이고, 그 밑에는 쓰레기 악취가 진동했다. 길만 건너면 1,000억원을 들인 최첨단 소각장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만 이곳에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썩어가고 있다.
소각장 인근 주민들이 뽑은 주민지원 협의체 위원을 구의회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승인하지 않자 나흘째 쓰레기 반입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결사 저지' 각오를 다지고 있고, 구의회는 움쩍도 하지 않아 쓰레기대란은 장기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부자 동네' 강남구를 쓰레기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이번 사태는 외견상으로는 주민들과 구의회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쓰레기대란의 겉봉투를 뜯어보면 구청과 구의회의 해묵은 '샅바싸움'이 쓰레기악취처럼 튀어 나온다.
강남구가 소각장 인근 주민들에게 보상금조로 47억원을 지급한 것은 지난 1월. 구의회는 '상의도 없었다'며 임시회까지 소집, 구청장 사과를 요구했다.
구청장이 출석하지않아 '앙갚음'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협의체 대표를 승인하지 않은 채 폐회한 것이 그 진상이다.
강남구와 구의회의 반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구청장이 의회 의장에게 발길질까지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주민 '심부름꾼'들간의 다툼에 주민들만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에 대한 직선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여전히 거세고, 정부도 모종의 조치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구와 구의회는 지금 자기무덤을 파고 있다.
사회부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