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사상사에서 펴내는 '시사인물 사전'(강준만 외 지음) 제12권이 '환경주의자들'이라는 테마를 표제로 삼아 나왔다.99년 12월에 제1권이 나온 '시사인물 사전'은 얼추 한 달 간격으로 권수를 경신하며 국내외의 '시사적'인물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왔다.
'사전'이라고는 하지만 대상 인물들에 대한 해설이 수십 페이지에 이르러, 그 글들 각각이 독립된 인물론을 이룬다.
그러니까 '시사인물 사전'은 언론학자 강준만(45ㆍ전북대 교수)씨가 단행본 '인물과 사상'이나 '월간 인물과 사상'에서 해온 작업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잡다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한 책에 무차별로 모아 다루어오다가, 제8권부터는 다소 느슨한 테마를 정해 다루는 인물들 사이의 연관을 드러냈다.
제8권부터 제11권까지의 테마는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가' '쾌락의 독재' '무덤 속의 한국 문학' '부드러운 파시즘'이었다.
제12권에서 다룬 환경주의자들은 장일순 천규석 장회익, 니어링 부부, 제레미 리프킨, 머리 북친이다.
이들의 사상이나 삶을 자세히 모르는 독자들도 그 이름들은 귀에 익을 것이다. 이 책은 귀익은 이름들을 알찬 내용물로 채우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입문서다.
'환경주의자들'이 맨 마지막으로 다룬 인물은 신준영이라는 저널리스트다. 언론학자 김동민(45ㆍ한일장신대 교수)씨가 그를 인터뷰했다.
신준영씨가 환경주의자로서 다루어진 것은 아니다. 물론 진보적 저널리스트로서의 그가 환경주의자이기는 하겠지만. 신준영씨는 서른여덟살 먹은 여성이다.
89년부터 2000년 3월까지 월간 '말'지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지난 주에 창간된 월간 '민족 21'이라는 잡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신준영씨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북한 전문 기자다. 98년 이후 북한엘 다섯 번이나 다녀왔다.
그러나 그는 그 이전부터도 북한 전문 기자였다. 92년에는, 지금은 북한에 가서 살고 있는 장기수 이인모씨의 회고록을 이씨와 함께 쓰기도 했다.
신준영씨가 써온 북한 관련 기사들은 그 정보만 넓고 깊은 것이 아니라,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정겨운 시선으로 따뜻하다.
진지한 문필가들이 지니고 있는 욕망 가운데 하나가 자신의 글을 통해서 세상을 좀더 살만한 곳으로 바꾸는 것이라면, 신준영씨는 그 욕망에 충실한 사람인 것 같다.
이번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그의 말. "현실적으로 강하면 정의고, 약하면 악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현실적으로 세를 못 얻어 망했다고 해도 옳은 건 옳다고 해야 하고, 세를 얻어 힘이 커지더라도 그른 건 그르다고 해야죠."
신준영 씨는 자신의 글쓰기를 통해 이 원칙을 실천해 왔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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