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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 린하이윈의 동화 '북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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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 린하이윈의 동화 '북경 이야기'

입력
2001.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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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최고의 동화작가로 불리는 린하이윈(林海音ㆍ83)의 동화 '북경 이야기'(베틀북 발행)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1960년 출간된 이 동화는 1993, 94년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일러스트 부문상을 2년 연속 받았으며 지금까지 영어 번역본과 영화 시나리오로 10여 판본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와 '아버지의 꽃은 지고, 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등 1, 2부로 나뉘어 출간됐다.

자전적 체험 소설인 이 동화는 잉쯔라는 소녀가 일곱 살에서 열세 살까지 베이징(北京)에서 살며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를 그렸다.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미쳐 버린 이웃집 미혼모 슈전,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도둑이 된 한 아저씨 등 대개 어둡고 칙칙한 과거와 현재를 사는 어른들이다. 잉쯔는 이들에게서 삶이란 무엇인지, 이별의 쓸쓸함은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된다.

잉쯔가 처음 만난 어른은 슈전. 애인 집안의 반대로 애인과 아이까지 빼앗긴 20대 후반의 여성이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미친 년'이라고 놀리며 가까이 하지도 않지만, 순진한 잉쯔에게 그런 선입견이 없다. 예쁘고 착하기만 한 '슈전 언니'일 뿐이다. 슈전도 잉쯔를 친동생처럼 아껴준다.

호젓한 풀밭에 귀중품을 숨겨놓은 한 아저씨도 만난다. 그는 공부 잘하는 동생의 학비를 대기 위해 값나가는 물건을 훔치는 사람이다.

그가 대변을 보기 위해 풀밭에 있는 거라고 생각한 잉쯔는 방과 후 자주 그를 찾아간다. 잉쯔는 학교서 배운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라는 시를 들려주기도 하며 아저씨를 따른다.

하지만 두 어른은 모두 잉쯔에게 이별의 아픔을 안겼다. 슈전은 양부모의 학대를 받던 한 여자아이를 친자식으로 착각해 그를 데리고 베이징을 떠났고, '풀밭 아저씨'는 결국 경찰에 붙잡혀 감옥으로 갔다.

슈전이 떠난 뒤에는 꼬박 열흘을 앓았고, 아저씨가 잡혀갈 때는 이 다음에 커서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라는 책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어린 잉쯔를 키워준 건 이별의 아픔이었다. 아버지마저 병으로 자신을 영원히 떠나가자 잉쯔는 소리없이 외쳤다.

"아버지의 꽃이 떨어졌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라고. 1920~30년대 베이징 풍경을 충실하게 묘사한 화가 관웨이싱(關維興ㆍ61)의 동양화적 삽화가 동화의 전달력을 높이고 있다. 방철환 옮김.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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