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첨단산업에서 압도적인 힘을 자랑해 온 업계 정상기업의 수익 악화가 한결 뚜렷해 진 것으로 확인됐다.17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반도체나 PC 등 10개 업종의 매출액 1위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체조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9개 사가 수익 감소 등 실적 악화를 예상하고 있으며 최소한 5개 사가 인원정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10개 사 주가의 최고치 대비 평균 하락률은 약 70%에 이르러 미국 경기를 이끌어 온 첨단 업종의 부진이 경기와 주가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데이터베이스 최대 업체인 오러클의 경우 3~5월기 주당 수익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돼 16일 주가 하락과 함께 IT(정보기술) 관련 종목 전체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 세계적으로 PC 판매대수 1위인 컴팩의 대량 인원 정리 계획도 나스닥지수 급락의 요인이 됐으며 10개 정상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 악화를 면할 것으로 보이는 IBM의 주식조차도 5.7%나 하락하는 화를 입었다.
이달 초 8,000명에 달하는 인원 정리 계획을 발표한 시스코 시스템스의 존 챔버스 사장은 "미국 경제의 후퇴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경기 후퇴의 조짐이 보여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16일 종가를 기준으로 이들 10개 사의 평균 주가 하락률은 69.8%로 다우존스 주가지수 평균 16.2%는 물론 나스닥 지수 62.5%보다도 크게 높다.
이들이 스톡옵션이나 주식 교환에 의한 기업 매수ㆍ합병을 지렛대로 삼아 사업을 확장해 왔다는 점에서 주가 하락의 충격은 더욱 크다. 이로 인해 지난 주 미국 증시 전체의 주식 시가총액은 7,723억달러나 줄었다.
미국 첨단기업의 수익 후퇴 조짐은 지난해 9월 인텔이, 12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실적 예상을 하향 조정하면서부터 이미 드러났다.
올 2월에는 인터넷시대를 상징하는 고수익기업인 시스코 시스템스와 선 마이크로시스템스가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그나마 업계 정상 기업들이 이 정도이니 다른 업체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충격이 첨단경기의 후퇴 우려를 낳으며 미국 주가를 끌어 내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또 첨단기업의 자신감 상실에 따라 앞으로 미국 경기와 주가를 견인할 업종이 눈에 띄지 않게 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