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3개월만에 재개된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 다녀 온 참석자들은 18일 이구동성으로 회의 분위기를 "화기 애애했다"고 전했다.그러나 '농담'이 오가는 분위기 속에서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내 대권 경쟁, 전당대회 시기 문제 등과 관련,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따로 따로 목소리를 내지 말라"며 직ㆍ간접적인 경고성 언급을 할 때는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후문이다.
토론에서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과 김원기(金元基) 최고위원이 각각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하반기 경제전망을 낙관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여야 관계에서 실정에 대한 비판을 대범하게 포용해야 한다"며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3개월전 '권노갑(權魯甲) 최고위원 2선 후퇴론'이 새나와 엄청난 파문을 겪은 탓인지 회의 후에도 "대변인 발표외에는 내용을 전하지 말자"는 얘기가 나왔다.
◇지방행 러시 등 대권 경쟁 조기 과열
최고위원들의 지방 활동 등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 제시됐다. 김 대통령은 최고위원들의 지방행 자체를 문제삼지는 않으면서도 "대권만 갖고 얘기하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지방 활동의 내용이 당과 정부의 업적과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면 좋겠다"며 구체적 방향을 제시 했다.
김 대통령이 "이 정부가 성공해야 여러분도 바라는 일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할 때는 '언중유골(言中有骨)'이 느껴졌다고 한다.
◇전당대회 시기
전당대회 연기를 시사하는 김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기 때문에 2002년 1월 정기 전당대회 개최론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김 대통령은 "최고위원들이 논의해서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지면 그것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시기 문제를 당 지도부에 일임했다.
그러면서 김 대통령은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개별적으로 이런 저런 얘기를 해서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춰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중권(金重權) 대표가 내년 1월설을 말하기는 했지만 연기론자가 더 많기 때문에 대체로 5,6월 이후로의 연기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남북 및 대미 관계
김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불신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도 결국 포용정책 외에 대안이 없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정해질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인내를 강조 했다.
이에 정대철 최고위원은 "전 세계적 관점에서 미국의 NMD정책에 좀 반대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근태 최고위원은 "포용정책은 원래 공화당 정부가 시작한 것"이라는 논지를 폈다.
◇경제ㆍ사회 현안
김 대통령은 "4대 개혁으로 경제 체질이 강화되고 정보화가 진전돼 우리 경제는 나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낙관론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김 대통령은 오히려 "장관들 뿐만 아니라 당 간부들도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라"고 주문했다.
김 대통령은 의약분업 문제에 대해선 "내 책임이 가장 크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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