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대권 주자들의 경쟁적 지방 나들이가 결국은 당내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기어코 민주당의 한 중진이 "국정은 뒤로 한 채 틈만 나면 지방을 돌면서 대의원을 만나고 개인의 입지를 확대하는 것만이 최고위원의 역할인가"라고 공개적으로 꼬집기에 이르렀다.이런 당내 분위기를 감안해서인지 김대중 대통령은 엊그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대권만 갖고 얘기하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자"며 완곡하게 대권 경쟁의 자제를 당부했다.
여권의 대권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지방 나들이를 하건 말건, 그리고 그로 인해 여권내부에 갈등이 생기건 말건 그것은 상관할 바가 못된다.
당 차원의 행사로 볼 수 있고, 또는 대중성을 높이기 위한 정치인 개인의 정치적 활동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권당의 최고위원들이 벌써부터 앞 다퉈 대권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집권당으로서의 '시의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정의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당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경제는 물론, 국민부담만 가중시킨 의약분업과, 교실붕괴로 이어지는 교육문제 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는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인지, 이런 것들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여권은 대권 주자들의 이런 사소한 경쟁이 자칫 여야간 정권 경쟁을 조기에 부채질 할 우려가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일찌감치 후보의 윤곽을 정해 놓은 야당이 상대적으로 이롭다는 점에서, 여당 나름대로 조급증이 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 선거는 2002년 12월로, 앞으로 1년 10개월이나 남아 있다. 이런 시점에서 집권당이 대권 레이스를 벌이는 것은 일러도 너무 이르다.
벌써부터 여야가 정권재창출과 정권탈환을 위해 필사적인 싸움을 벌인다면, 여야가 그토록 외쳐대는 '상생의 정치'는 그 틈새에서 온존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정치가 점점 이벤트화 한다는 지적이 있다. 여권 대권 주자들의 경쟁적인 지방 나들이도 결코 이런 지적과 무관치 않다.
이런 지적을 여야 지도자들은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는 본연의 활동이 있게 마련이다. 의정활동도 그 중의 하나다.
국회를 외면하고 지방을 다니며 이런 저런 강연이나 하고, 이벤트성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솔직히 정치라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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