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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발 따뜻하게 맞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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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발 따뜻하게 맞아주세요"

입력
2001.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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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문고 놈들 밥맛이야." "상문 XX들 오기만 해봐라, 왕따시켜 버린다."서울시교육청의 '자퇴 후 편입학' 조치에 따라 19일부터 새 배움터를 찾아가는 상문고 학생들을 두고 인터넷에 쏟아진 인근 학교 학생들의 '경고'다.

장난기도 다분히 묻어나지만 꽤나 섬뜩하다. 상문고생들이 옮겨갈 강남 18개 고교 교사, 학부모들도 마뜩찮은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학교 교사들은 얼마 전 전교조 주도로 '상문고생 재배정 반대' 연대서명을 했다.

상문고 정상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50명이 넘는 교사가 서명했다니 '미운 오리새끼는 싫다'는 쌀쌀함이 적잖이 느껴진다.

상문고생들이 들어오면 학급당 학생수 39명으로 서울에서 가장 쾌적한 교육환경을 자랑하는 강남학군이 졸지에 45명의 강북 수준으로 전락한다. "왜 오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올 만은 하다.

그래서였을까. 상문고의 한 학부모는 왕따를 경고하는 인터넷상의 목소리 뒤에 " '내 자식, 나였다면' 하는 심정을 가져줄 것"을, "'뺑뺑이'로 간 학교에서 본의 아니게 분규에 휘말려 배움터를 옮겨야 하는 친구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둬줄 것"을 호소했다.

또 다른 상문고 학부모는 교육청 홈페이지에 "상문고는 서울 방배동 상문고만의 일은 아닙니다. 교육은 관심 밖이고 재산증식에만 골몰하는 학교법인이 널려 있고, 학교 하나를 절단내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 교육관료들이 버티고 있는 2001년 한국에서는 어느 학교나 상문이 될 수 있어요"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호소로 글을 접었다. "제발 상문에서 오는 애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세요. "

이동훈 사회부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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