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발병한 구제역이 유럽을 거쳐 남미 중동에까지 번지고 있다. 세계 식량농업기구(FAO)도 "구제역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없다"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광우병에 이은 구제역 파동은 유럽은 물론, 전세계 축산 농가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아직 구제역 발생보고는 없지만 우리나라도 위험지대임이 분명하다. 작년 우리 농가는 60여년 만에 침입한 구제역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수천마리의 소와 돼지를 도살해 매장했는가 하면, 축산물을 수출하지 못해 막대한 손해를 봤다.
매일 유럽에서 도살폐기되는 가축과 농민들의 애타는 눈길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우리 농촌 사람들의 심정이 어떠할지는 짐작하고 남는다.
게다가 작년 봄에 구제역이 우리나라를 덮쳤던 것을 생각하면 4,5월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농가가 협력하여 빈틈없는 구제역 방역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물론 당국은 긴급히 대응해 나가고 있다. 작년에 발병했던 파주와 홍성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방제작업에 들어갔고, 항만과 공항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며 구제역 백신확보 계획을 세웠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실제적인 대응책이라기보다는 땜질 처방을 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정부가 유념하기 바란다.
구제역이 번지는 경로는 병에 걸린 동물의 접촉뿐 아니라 여행자의 옷과 신발 자동차 등 화물은 물론이고 바람을 타고 바다를 건너 300km까지 전파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구제역이 발병할 국내외 요인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을 당국이나 농민들은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광우병과 구제역 등 가축병이 전례없이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축을 좁은 장소에 모아 가공사료를 먹이는 공장식 축산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축산폐수가 하천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할 점이 많다.
이미 사라진 것으로 알았던 가축 병이 되살아 나고 신종 병들이 창궐하는 현상은 우리에게 방역 시스템의 재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사람과 동식물 제품의 이동이 빈번해진 세계화속에 살고 있다. 방제 검역업무같이 늘어나는 공직수요를 보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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