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사장 6명 등을 전격 해임한 것은 유례없는 조치다. 지난달 4대 부문 개혁 점검회의에서 이미 이 같은 퇴출 조치의 가능성이 시사됐지만 실제 공기업 안팎의 충격과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이번 조치는 정부의 공기업 개혁 의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일단 평가할 부분이 있다.
경영이나 관리에 문제가 많은 기관장에 대해 해임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책무임에도 여태껏 그런 원칙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었던 점에 비춰 이번 조치는 획기적이기도 하다.
공기업의 시장독점적 성격상 방종과 무사안일에 빠지기 쉬운 경영자들에게 뜨거운 각성과 경종의 효과가 기대된다.
이 같은 원칙적인 긍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는 의혹과 오해를 살 소지 또한 다분하다.
우선 해임대상자 선정기준과 경위부터 불투명하다. 들리는 바로는 '경영 성과가 미흡하거나 조직 장악 및 관리에 문제점을 노출한 인물'이 대상이 되었다고 하나 이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애매모호하다. 당장 당사자와 소속기관 직원들 사이에서 '어이가 없다'는 등 반발이 일고 있다는 소식인데,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해임대상자 가운데는 2년 연속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1등을 차지해 대통령상까지 수상한 인물도 포함되어 있는 등 실제로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현재까지 이름이 밝혀진 대상자 중 대부분이 낙하산 인사와는 거리가 먼 내부에서 자력으로 어렵게 승진해 사장에 오른 인사라는 사실도 국민일반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들 대부분이 임기 종료가 임박한 사실을 들어 개혁의 생색내기에 치중한 대국민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관해 정부의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전례 없는 비상한 조치가 관계자의 입을 통한 비공식 형태로 흘러나왔을 뿐 아직까지 공식적으론 일언반구가 없는 것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잡음과 뒷말이 더욱 무성하다. 정부는 납득할 만한 퇴출기준과 근거를 명명백백하게 공표함으로써 당초 취지와 효과가 반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가 1회성 '깜짝쇼'나 정치적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려면 앞으로 추가적인 작업들이 뒤따라야 한다.
후임자 선정작업의 투명성과 공정성, 해당 공기업들의 과감한 변신, 이번 같은 퇴출의 상시화 등이 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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