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과잉 진료를 막아 급여비 지출만 줄이면 재정이 안정된다." "차라리 파산시킨 뒤 현 건강보험제도의 판을 새로 짜야한다."파탄에 빠진 건강보험을 구해내는 방법을 놓고 각계에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일단 수렁에서 건져낸 뒤 개혁을 하자는 '선(先) 단기처방, 후(後) 재정 수술' 순서에 대해선 전문가도 이견이 없다.
정부도 20일 이 같은 골격으로 '보험재정 안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하지만 대부분 방안이 국민의 호주머니를 더 많이 털어달라는 내용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여 광범위한 반발이 불가피하다.
◈ 살얼음판 대책
보건복지부는 일단 단기처방에 승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 안의 골자는 상반기중 보험료 인상 및 국고보조 잔여금 전액 투입 등이며 진료비 부당청구 의료기관 실사 강화, 진료내역 통보 및 수진자 조회 강화 등도 포함돼 있다. 결국 주로 재정누수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의료기관 및 약국에 지급될 보험급여비는 13조원 가량. 복지부는 이중 3조~4조원만 줄이면 재정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있다. 보험료 인상 및 국고지원금 조기배정으로 일단 위험한 고비를 넘긴 뒤, 진료비 부당 및 허위청구 정밀 실사 등을 통해 1조원, 약제비에서 다시 1조원을 줄인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이 방안들을 현실화하기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 보험료는 이미 1월초 직장 20%, 지역 15%씩 올려놓아 또 다시 인상할 경우 범국민적인 반발에 부딪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국고보조금을 조기에 모조리 쏟아붓는다면 당연히 "하반기에는 도대체 무슨 돈으로 버틸 작정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 고가약 처방억제에 따른 약제비 절감 방안과 환자수 제한 검토 등 방안도 의사와 약사 등 이익단체들이 제동을 걸고 나설 것이다. 최근 이들 단체와의 싸움에서 후퇴만 거듭해온 복지부가 돌파구를 마련 할 지 걱정이 앞서고 있다.
◈ 근본 처방에도 눈 돌려야
조재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단기처방도 중요하지만 재정적자 구조를 해소할 근원적인 대책도 수립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의료의 과잉수요 억제를 위한 '수진율 비례 보험료 부과' 체계 도입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가계별 수진율과 연계해 소득 비례 보험료로 전체 진료비의 80%, 수진율 비례 보험료로 나머지 20%를 부담토록 하는 제도.
수요자 부담 원칙에 부합하고 이른바 '의료 쇼핑' 등 의료의 오ㆍ남용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구조적으로 비용 상승을 초래하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전면개편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봉민 서울대 보건대학원교수는 "의료행위의 과다공급 동기를 유발하는 행위별 수가 대신 질병군별 평균 진료비 개념인 포괄수가제를 도입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