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스미스'는 데뷔 초기 '롤링 스톤스'의 아류라는 오명을 얻었다. 보컬 스티븐 타일러와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가 입이 매우 크다는 공통점이 있으려니와 일탈적 가사와 창법 역시 비슷한 구석이 많았기 때문이다.그러나 1975년 세번째 앨범 'Dream On' 이후 이들은 뚜렷한 색채를 드러내면서 독자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73년 결성한 후 28년, 물론 부침도 많았다. 80년대 초반부터 그들은 다시 시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87년 'Permanent Vacation'으로 다시 힘찬 보습을 보이더니 내쳐 90년초반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98년은 이들에겐 잊을 수 없는 한 해.
아마게돈의 주제가 'I Don't Want Miss A Thing'은 데뷔 이후 첫 빌보드 1위의 영광을 안겨 주었다. 극히 상업적인 발라드로 인기 정상을 차지한 것은 어쩌면 이들의 노래사에서 오점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성 25년째에 맞은 성공을 바탕으로 이들은 여전히 힘이 넘치는 그룹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수들에게 상업적 성공은 단순히 '돈'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4년만에 나온 이들의 앨범 'Just Push Play(플레이 버튼을 눌러봐)'는 관록과 실험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
고음 절정부에서 울부짖는 스티븐 타일러 특유의 보컬은 록 발라드를 좋아하는 우리 정서에도 딱 맞은 음색이다.
'아마게돈'의 주제가를 통해 그를 처음 대한 사람이라면 어린 소녀에게 반한 남자의 마음을 경쾌한 로큰롤로 표현한 'Jaded' 나 '당신은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 욕망에 사로잡힌 것일 뿐'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Luv Lies'의 극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에 또다시 압도당하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에어로스미스의 팬이라면 매혹적인 효과음과 장중한 리드 기타가 몸을 흥분을 유도하는 'Beyond Beautiful'과, 사이키델릭한 분위기의 기타와 키보드 사운드와 랩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다가 예의 스티븐 타일러의 보컬이 정신을 바싹 들게 하는 'Outta Your Head', 펑크 리듬의 매력이 유혹적인 'Drop Dead Gorgeous' 등에 더 주목할 만하다. 노련한 변신은 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듯 싶다.
스티븐 타일러의 보컬은 예전에 비해 파워 면에서는 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나이가 53세라는 점을 생각하면 배부른 투정 같기도 하다. 관록있는 밴드의, 상업적 고려와 로커의 꿈의 영리하게 결합한 음반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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