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평소 좋은 신문이 갖추어야 할 요소는 정보, 비판, 재미 세 가지라고 생각해 왔다. 물론 기사의 특성에 따라 각각이 차지하는 비중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적절히 녹아 들어가 있는 기사는 우리에게 유익함과 속시원함을 제공해 준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 기사를 읽더라도 아쉬움과 답답함이 남게 됨은 물론이다.새만금사업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개발계획에 내재된 총체적인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일보는 현 정부가 새만금사업과 관련된 부처의견을 공개하면서 동진강과 만경강 수역에 대한 분리개발을 추진하고자 한다는 기사를 6일자 1면 기사로 비중있게 다루었다.
나아가 당정의 이러한 사업변경계획에 대한 단순 보도만이 아니라 추가소요비용에 따른 사업의 경제성 문제를 제기하고 부처간 갈등에 따른 문제점을 제시한 것은 타 일간지와 비교해서 돋보였다.
또한 '기자의 눈'을 통해 새만금사업과 관련된 정보공개에 인색했던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한 것 역시 적절했다.
새만금사업은 초기 사업추진과정상의 불투명성, 환경성 및 경제성 평가에 있어서의 비객관성, 이해관계집단 간의 맹목적 힘겨루기 등으로 얼룩져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과거의 개발절대주의적 사고를 청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바로 새만금사업인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일보가 새만금사업을 다루되 문제의 본질에 보다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사가 정부의 입장을 소개하는 선에서 그친 면이 없지 않아 '비판'이 요구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한 한국일보의 목소리가 너무 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7일자 사설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으나 새만금사업을 바라보는 한국일보의 분명한 시각에 대한 '결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지난 10여일간 경제분야의 화두는 단연 금융지주회사의 설립과 역할에 맞추어져야 한다고 본다.
현 정부의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늠할 수도 있는 막중한 임무가 이 회사에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여러 날에 걸쳐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를 대표할 최고경영자 및 부회장, 그리고 산하 은행들의 행장 선임과 그 배경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다.
물론 금융지주회사의 본격적인 출범이 4월 초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회사가 갖는 중요성 및 상징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임원선임에 대한 보도와 아울러 그 설립배경과 문제점, 향후 과제 등을 외국의 다양한 사례를 망라하여 기획보도와 같은 형태로 한걸음 빠르게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경제부장의 목소리를 통해 그 문제의식의 일단을 내비친 8일자 7면 칼럼 '편집국에서'는 신선했다.
사회면에서는 상문고 사태에 대한 보도가 눈에 들어왔다. 현 재단의 교장 임명으로 촉발된 재단, 교사, 학부모 및 학생간 갈등의 증폭 과정을 적절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했다는 판단이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점은 무책임한 행정의 전형을 보여준 서울시 교육청의 행태에 대한 따끔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임을 한국일보가 분명하게 들려주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스포츠면을 언급해보면 스포츠면은 기본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면서 정보제공과 비판의 요소를 동시에 가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지면이다.
그러나 한국일보의 스포츠면은 그 절대량을 사진으로 가득 메우는 스타들의 전시장 이상의 의미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유익한 정보를 담아내는 스포츠면이 되길 기대해 본다.
홍종호
한양대교수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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