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을 막으려면 농업을 바꿔야 한다."구제역으로 전세계 축산업에 비상이 걸리면서 영농 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공장식 집약농업과 농산물의 대량 수출입은 구제역 확산의 좋은 조건이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소규모 및 유기농으로 농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환경주의자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구제역의 진원지인 영국은 지난해 76만 마리의 양을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독일 등으로 수출했다. 프랑스 등 다른 농업 국가들도 각국에 대규모로 가축을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 각국들은 또 사료용 곡물을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수입한다.
이 같은 대량의 가축ㆍ곡물 수출입 체계가 언제든지 구제역을 전세계로 전파할 수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파이낸설 타임스 등 유럽 언론들은 15일 지적하고 있다. 또 가축 수송과정에서 먹이와 운동을 위해 충분한 휴식 기간을 두도록 한 유럽연합(EU)의 동물수송규정도 구제역 전염을 부추기고 있다.
레나테 퀴나스트 독일 농무부 장관은 광우병과 구제역 발생 이후 "독일은 공장식 농업을 버리고 소규모 유기농을 도입해야 한다"며 "10년 안에 유기 영농 비율을 현재의 3%에서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프란츠 피슐러 유럽연합(EU) 농업담당위원도 환경 기준에 맞는 농업 체계 도입과 함께 그 동안 대부분 집약농업에 지원했던 농업 보조금을 재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소규모 유기 영농이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자유무역체제에서 생산량이 적고, 가격이 높은 유기농산물이 어떻게 시장성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농민들이 저소득을 감내하면서 과감하게 유기농으로 전환할지도 의문이다. 가장 높은 장애물은 역시 소비자다.
아무리 질 높고 안전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대량 생산된 값싼 농산물을 선택한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야 가축들의 질병을 막고 안전한 육류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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