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저널리스트(VJ) 서경선(29ㆍ여)씨. 그는 KBS 'VJ 특공대-불을 잡는 남자들'(9일 방송)을 제작하면서 속으로 눈물을 흘렸고, 마침내 시청자도 울렸다.그는 서울 홍제동 화재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소방관의 삶을 소개한 이 미니 다큐멘터리에서 지금껏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지난해 9월 방송된 KBS 'VJ특공대-별걸 다하는 남자' 를 통해 소개한 소방관들인 김기석 장석찬씨 등 3명이 이번 화재 사고로 숨졌기 때문이다.
한달간 소방서에 기거하다시피 고생을 하며 촬영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는 괴로운 마음을 털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서울 여의도 사무실을 나섰다.
또 다른 여성 VJ인 유명미(29)씨는 13일 오전 늦잠을 자고 있었다. 구성과 편집, 원고 집필 등 이틀간 밤샘 작업을 한 뒤 완성한 미니 다큐 '일본 홋카이도의 겨울' 을 SBS '생방송 모닝 와이드' 에 내보낸 후 밀려오는 피곤 때문이었다.
고달픈 작업, 남 모르는 아픔을 감내하면서 VJ들은 다시 6㎜디지털 카메라를 짊어진다. 존재 의미가 카메라에 있기 때문이다.
VJ들은 아직은 생소하지만 대중문화의 게릴라로서 새로운 영상 문화를 개척해가며 새로운 방송 주체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VJ가 등장한 것은 95년 케이블TV Q채널을 통해서였다. VJ는 혼자서 프로그램의 기획, 구성, 집필, 촬영, 편집까지 담당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Q채널 VJ프로그램의 반응이 좋자 경인방송(iTV)이 99년 VJ 프로그램 '리얼 TV' 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곧 이어 KBS를 비롯한 지상파 TV에서도 앞 다투어 VJ프로그램을 도입했다.
KBS 'VJ특공대' '문화체험' '현장르포 제3지대' '병원 24시' 와 SBS '휴먼TV , 아름다운 세상' '리얼 코리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출발 모닝 와이드', MBC '카메라 리포트' , EBS '10대 리포트' 등이 VJ들이 제작해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VJ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은 6㎜디지털 카메라로 작업하기 때문에 현장성, 밀착성, 기동성을 살릴 수 있고 인위적인 연출을 하지 않고도 제작할 수 있어, 삶의 현장과 인물들을 생생하게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사는 한 사람이 모든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VJ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측면도 있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VJ는 김백철 김진혁 이근우씨 등 100여명에 이른다. 유영미 서경선 씨를 비롯한 맹렬 여성 VJ도 10여명에 이른다.
"작가 연출자 카메라맨이 있으면 서로 견해가 달라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온전히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없다.
혼자서 작업을 하니까 기획했던 대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 VJ 이창재씨의 자찬이다.
하지만 VJ라는 직업이 일반인에게 충분히 인식되지 않은데다 혼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어려움도 적지 않다.
"6mm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니까 취재원들이 무시하기도 하고, 미묘한 아이템을 제작할 때는 이해 당사자들이 카메라를 부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심지어 남자들이 취재를 방해하기 위해 자기 맨엉덩이를 보이며 희롱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 서경선씨는 토로했다.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방송사 PD들과 달리 대부분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VJ들은 과감한 실험성, 독창적인 아이디어 등에 승부를 건다. VJ의 활동 영역은 갈수록 확대되고 VJ 프로그램의 질도 향상되고 있다.
VJ 서경선씨가 혼자서 현장성 강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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