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서사시, 소크라테스의 재판과 죽음, 알렉산드로스의 정복, 사도 바울의 기독교로의 개종.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역사적 사실들이지만, 사실이라 하기엔 너무 신비로운 면이 많다.
아득한 고대에 어떻게 '일리아드' '오딧세이'라는 장엄한 서사시가 나올 수 있었을까. 현자 소크라테스는 왜 사형 당해야만 했을까.
알렉산드로스는 대체 어떤 인물이었길래 철학적 정복왕이 됐을까. 사도 바울은 왜 기독교로 갑작스럽게 개종했을까. 무수히 되풀이 되어온 질문들이다.
이 끊이지 않는 의문 앞에서 역사는 때론 신화의 영역으로 넘어가곤 하지만, 그 밑에는 당대의 역사가 엄연히 반영돼 있다.
서양의 저명한 역사학자 16명이 집필한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푸른 역사 발행)는 고대 그리스에서 근대 초기까지 서양 역사의 줄기를 짚은 일종의 역사 개론서다.
하지만 딱딱하거나 아니면 상식적이기 십상인 역사 개론서와는 확연히 다르다.
호메로스 소크라테스 알렉산드로스 등 신화로까지 격상된 인간의 흥미진진한 삶이나 베네치아 등 한 도시를 통해 역사적 진실에 접근해 가고 있는 것.
고대 노예제에 대한 핀리의 설명은 이 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노예제라는 추상적 제도에 대한 일반적 접근에서 벗어나 로마제국시대 노예 출신으로 노예상인이 된 티모테오스라고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일생을 생생히 복원함으로써 노예를 둘러싼 사회 제도와 인간관계를 실감나게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제국을 건설, 인종을 융합하면서 하나의 공통된 문화를 만들고자 했던 알렉산드로스를 다룬 로빈스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그의 업적에서 헬레니즘 문화가 지닌 21세기적 함의를 읽어낸다.
"보편주의, 전세계인의 결속, 인류의 협력 등의 개념을 역설한 알렉산드로스의 꿈은, 인종과 피부색이라는 편협한 기준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여전히 하나의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책은 그 외에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샤를마뉴, 세르반테스가 탄생시킨 돈키호테,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운 베네치아 등을 훑어나간다.
자는 모지즈 핀리, 모리스 비숍, 트레버 로퍼, 브로노프스키, 브루스 매쥴리슈 등 해당 분야 최고 수준의 역사가들. 박상익 옮김.
윌리엄 L. 랭어 엮음ㆍ푸른 역사 발행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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