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삼성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은 프로피터블(profitableㆍ돈 잘 버는) 기업에서 리스펙터블(respectableㆍ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李在鎔)씨가 삼성전자 상무보로 경영에 참여하기 직전이었다.
지난해 100조원이 넘는 매출에 수조원의 이익을 올린 삼성은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재벌이다.
프로피트(profitㆍ이익)를 기준으로 할 때 그렇다. 리스펙트(respectㆍ존경)라는 잣대로도 1등일까. 삼성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존경받는 기업 순위를 매긴다면 안철수연구소나 미래산업이 수위를 차지하고, 삼성 계열사들은 상위권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솔직한 고백으로 들렸다.
오너 경영이 모두 다 실패한 것도 아니고, 경영권 세습이 우리나라에만 있지도 않다. 경위야 어쨌든 미국의 모토로라나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도 대물림받은 오너가 경영권을 쥐고 있다. 게다가 세계 초일류 기업인 이들 회사는 자국민으로부터 존경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습 오너들은 대부분 존경은 커녕 비난의 도마에 오르기 일쑤다.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과거의 세습경영이 기업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는 경험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하나의 해법이 숨어 있다. 이재용씨가 이전의 세습 오너들을 따르지 않고, 선진국의 훌륭한 오너 경영인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그것은 오너십에 집착하지 않고 주주와 법인 아래 자신을 두는 것이다.
삼성은 지금까지 돈을 버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존경의 대상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최대 재벌의 후계자인 이재용씨가 '존경받는 오너 경영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기자만의 것일까. 그의 차세대 선택이 궁금해진다.
윤순환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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