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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철 '국제망신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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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철 '국제망신 부메랑'

입력
2001.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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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이냐, 안티(anti)포스코냐.' 포항제철과 전ㆍ현직 근로자들간의 '인터넷 전쟁'에 법원과 포철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발단은 지난 해 4월 포철이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패러디(parody)한 비판사이트 '안티포스코(antiposco.nodong.net)'에 대해 지적재산권 침해혐의로 서울지법에 '도안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부터.

안티-포스코는 삼미특수강의 포철인수 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와 현직근로자 등이 유상부(劉常夫) 회장의 개인사와 경영진에 대한 비판 등을 담은 사이트로 포철의 홈페이지 디자인을 패러디했다.

법원이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지금껏 인터넷 패러디와 관련한 기존 국내ㆍ외 소송들이 명예훼손이나 선거법 등 위반혐의로 제기된 것과 달리 이번엔 저작권 소송이라는 점. 법원 관계자는 "판례가 없는 데다 어느 한 쪽의 손을 섣불리 들어줄 경우 국내에 수많은 인터넷 패러디사이트 이해당사자간의 소송사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소송은 지난해 8월 서울지법 민사단독부에서 합의부로 이송됐지만 합의부가 지난해 10월 다시 본안소송으로 이관키로 방침을 정한 뒤 단 한 차례의 재판도 열리지 못한 상태.

법원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이 소송은 국제적 현안으로 번지고 있다. 포철의 소송에 항의, 미국의 국제진보통신연합(APC) 등 10여개국 진보ㆍ노동단체들이 포철 홈페이지의 미러(mirror) 사이트를 잇달아 개설하고 나선 것이다.

진보네트워크 관계자는 "이번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안티포스코 진영에 지원의사를 전하고 있는 국제적 단체들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철도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회사의 어두운 면이 알려지는 것을 봉쇄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이 오히려 '홍보'를 해주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포철 관계자는 "법원 결정은 언제 나올 지 모르는 상황에 아무런 실익도 없이 포철에 대한 국내ㆍ외 이미지만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경우 지난해 공화당 부시 당시후보 진영에 대항한 패러디사이트가 선거법위반 혐의로 피소됐지만 미국 법원은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국내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노래가사 바꿔부르기(노가바) 저작권 논쟁이 빚어지기도 했다.

최근 '저작권과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논문을 낸 박성호 변호사는 "저작권 보호여부의 기준은 문제의 패러디가 영업광고 등 상업적 목적인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인지에 달려 있다"며 "포철 소송은 표현의 자유를 저작권으로 봉쇄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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