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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싱크 "라이브 하고 싶어도 방송여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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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싱크 "라이브 하고 싶어도 방송여건상..."

입력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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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 싸이, 지누션, 포지션, 이지훈ㆍ신혜성, 박효신. 이들의 공통점은 최근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해 '라이브'로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는 것이다.대중 음악계의 뚜렷한 변화 중 하나는 립싱크가 줄고, 라이브로 노래하는 가수가 많아진 점이다. 댄스그룹 '코요태'도 고음 부분에서 립싱크를 섞었지만 그래도 라이브하려는 모습을 보여 화제다.

그러나 여전히 립싱크는 허물어지지 않는 공고한 벽이다. 그렇다면 립싱크의 책임은 가수에게 있을까, 방송사에 있을까.

물론 라이브가 불가능한 가수도 많지만 방송 여건이 라이브를 막는 경우도 많다는 게 가수들의 지적이다.

"KBS는 순위 프로그램에 나가서 라이브로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부르겠다고 하면 난색을 표한다.

출연시켜 주는 것만도 감지덕지인데, 다른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A록그룹) "모니터 앰프가 울림이 심해서 가수가 자신의 노래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다.

제대로 전달이 안돼서 조금씩 박자가 엇갈리고 하다 보면 실수 연발이다. 실력없는 가수라는 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립싱크가 낫다." (B댄스그룹)

KBS신관 공개홀의 경우 규모에 비해 음향시설이 작기 때문에 객석 뒤쪽에는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아, 일체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순위 프로그램에서 라이브를 하면 손해라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가장 큰 문제는 방송사내 전문 음향인력의 부족이다. 장비는 수준급이지만 소리를 제대로 잡아낼 줄 아는 엔지니어가 없다는 것이다.

통칭 '기술직'으로 인력을 뽑아 조명, 비디오, 오디오를 두루두루 맡기다 보니 전문가 육성이 안된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토크쇼의 음향과 음악프로그램의 음향이 구분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평가.

물론 전문 엔지니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사에 따라 음악프로그램과 녹음실 등 다른 부서로 배치되기 일쑤이다.

'스타 모시기'는 립싱크를 고착 시킨 1등 공신이다. 생방송에서 노래를 부르려면 적어도 6, 7시간 전부터 무대에서 노래와 반주를 맞추어야 한다.

스타들이 음악 프로는 물론 각종 오락프로를 섭렵해야 하는 지금, 이런 식의 운영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최근 수년새 일반화한 '립싱크'는 가수들의 만능엔터테이너화를 더욱 부추겼다.

케이블 음악전문 채널 스튜디오도 라이브 여건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반면 MBC '수요예술무대'는 가수들이 '안심하고'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로 꼽힌다. 현장에서 사운드를 잡는 엔지니어 등을 모두 음향전문가인 외부 프리랜서에게 맡기고 있다.

수요예술무대 한봉근PD는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클래식과 재즈, 발라드와 록의 소리를 따로따로 잡아내는 수준은 된다"고 말한다. '그림'을 포기하는 대신 오디오 리허설을 꼼꼼히 챙긴다.

서태지 팬들이 주축이 된 '대방위(대중음악판 바꾸기 위원회)'는 최근 발간한 '공중파 순위 프로그램 폐지와 대안 프로그램 제안' 보고서에서 "현재 방송 여건상 순위프로그램이 생방송으로 진행될 경우 립싱크는 불가피하다"며 생방송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운동회식으로 운용되는 생방송 순위프로그램이 있는 한 고질적인 립싱크는 사라질 수 없다"는 주장과 "라이브는 전문 프로그램에 요구해야 할 상황"이라는 순위 프로그램 제작진의 주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립싱크 문제의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MBC수요예술무대는 라이브 여건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정받는다.

양은경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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