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14일 '세율인하 검토' 방침을 밝힌 것은 최근 세원포착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과표양성화가 진전됨에 따라 늘어난 국민 세부담을 줄일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과세기반을 넓히고, 세율은 낮춰가는 것은 조세정책의 교과서다.
최근 과표양성화 흐름의 일등공신은 신용카드다.
카드사용액 소득공제, 카드복권제, 매출세액 공제 등 유인책으로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1998년 30조8,000억원대에서 지난해에는 78조9,000억원으로 1.6배이상 늘어났고, 소비지출중 카드로 결제하는 비율은 12.7%에서 25.8%로 높아졌다.
이처럼 카드결제 문화가 확산되면서 현금거래와 무기장(無記帳) 영업을 일삼던 자영업자들의 탈세여지는 크게 좁아졌고, 그만큼 세수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신용카드 활성화로 인한 세수증대 규모가 2조~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 고위당국자는 "세원노출과 세금 추가징수에 따른 국민부담을 어떤 형태로든 덜어줄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과표양성화로 급격히 늘어난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것이지, 경기부양 차원에서 세금의 절대 납부액을 줄여주는 미국식 감세(減稅;Tax- cut)정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세율인하와 공제확대 중에서 어떤 방식으로 세부담을 줄여주느냐는 것이다. 세율은 96년 세제개편 이래 한번도 손대지 않았던 만큼 인하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경부 실무자들은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율은 국제기준보다도 낮아 당장 손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론 신용카드 소득공제확대(10%→20%), 전자상거래 매출공제 확대 등 공제위주로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율은 손대지 않고 공제만 조정하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란 지적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작년 12월 펴낸 한국조세제도 보고서에서 "자영업자 소득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다 보니 근로소득자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공제를 늘려왔다"며 공제는 철폐하고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상속증여세와 같은 주요 세율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의사를 밝히고 있어, 과표 현실화 속도에 따라 1~2년내에 전면적인 세율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재정이다. 막대한 사회복지지출수요, 공적자금 및 연금재정의 부실화, 적자재정의 조기탈출 필요성 등 국고를 더 확충해야할 요인이 많은 산적한 상황에서 섣부른 세율인하나 선심성 공제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또 현 시점에서 세율인하 보다는 50~60%에 불과한 자영업자 조세포착률을 높이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일 수도 있다.
동국대 장오현 교수는 "자영업자의 부가세 및 사업소득세, 금융소득종합과세, 양도소득세 등 탈루분야에 대한 집중적 파악이 필요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근로소득자가 탈세자영업자를 보조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