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냈다 해도 사고 당시 신호등이 적색이었다면 횡단보도는 일반 자동차 도로에 해당돼 사고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그동안 법원이 비슷한 사건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해온데다 시민단체들은 보행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규가 개정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형사7단독 이성구 판사는 14일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을 치어 교통사고 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 지모(28) 피고인에 대해 "검사의 공소권이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호등이 적색일 때 횡단보도는 일반 차도"라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중앙선 침범 등 10대 조항을 위반한 교통사고가 아닌 일반 교통사고로 판단되는 만큼 피고인이 종합보험에 가입한 이상 검사의 공소권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 피고인은 지난해 11월 편도 4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윤모(51)씨를 차로 치어 전치 2개월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으며, 당시 윤씨는 녹색 신호가 깜박이는 상태에서 건너기 시작,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었으나 횡단을 계속하던 상태였다.
대법원은 1983년 횡단보도 중간에 서 있는 행인을 친 운전자에 대해 공소기각 선고를 확정했으나 91년 인천지법에서는 비슷한 사건에 대해 "보행신호내에 미처 건너지 못한 보행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행위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이라고 판결했었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36) 사무처장은 "현행법에 따라 보행자보다 운전자 입장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횡단보도의 녹색신호 시간이 짧아 사고가 빈발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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