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정보통신으로 대표되는 IT산업이 다시 '거품론'에 휘말리고 있다. 최근 미국의 첨단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이 최고점 대비 60%이상 폭락하는 등 기업환경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IT 산업의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인터넷의 대표주자인 야후와 세계 최대의 인터넷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 반도체의 인텔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잇달아 수익악화 전망을 내놓고 대규모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
자금압박이 지속되면서 문을 닫는 닷컴 기업들이 속출하고, 전문가들도 IT기업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불과 1년전 신경제의 총아로 떠오르던 기세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야후는 최근 적대적 인수합병설에 내분까지 겹쳤고, 시스코시스템스는 5,000명의 인원 감축계획을 발표했다. 휴대폰 제조업체인 모토로라도 13일 지난해 12월부터 직원 10%를 감축한데 이어 올 여름까지 7,000명을 추가로 감축키로 했다. IT산업의 모태인 실리콘밸리에서도 감원이 계속돼 뉴욕의 한 인력소개업체에는 실리콘밸리 출신 구직자가 15%가 늘었다.
문제는 이런 비관적인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아시아 IT투자 책임자인 헬게 웨이너 트라프네스는 인도 방갈로르의 세미나에서 "IT분야가 현재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으며, 이 어려움이 얼마나 계속될 지 말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IT분야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올해 3ㆍ4분기는 지나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첨단산업의 거품제거가 오히려 IT산업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IT기업들 중 기술력과 효율성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는 이른바 '옥석고르기'가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벤처자본인 이너네서 벤처스의 빌 멜튼 사장은 "거품이 걷히고 나면 기술력이 확고한 IT 대기업들이 회복을 주도하게 될 것이며, 그 번영기는 오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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