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당시 관료들의 '확장주의'가 물씬 느껴진다고 말하는 학자들이 있다. 파라오 시대 관료의 조직이기주의 때문에 피라미드의 건설 규모와 숫자가 필요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주장이다.당시 피라미드 건설공단 같은 공조직이 민생과 국고(國庫)에 앞서 자기 조직의 생존과 이권 확대를 위해 일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빈약하기는 하지만, 관료조직의 생리를 정확히 찌르고 있는 것 만은 사실이다.
■1950년대 영국 경제학자 C. N. 파킨슨 박사는 정부사료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1차 대전이 끝난 후 영국 해군의 주력함정 숫자가 전쟁 때에 비해 3분의 1로 격감한 것과 반대로 해군성 관료의 머릿수는 거의 배로 증가한 것이었다.
이 같은 아이러니는 다른 곳에서도 역력히 드러났다. 당시 해외 식민지가 거의 독립해 나갔는데도 식민지성의 관료는 20년 사이에 몇 배로 늘어나고 있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닌가. 여기서 그 유명한 '파킨슨(Parkinson)의 법칙'이 나온다.
■관료주의를 지적할 때마다 단골로 인용되는 파킨슨의 법칙은 한마디로 자기확대 재생산 법칙이다.
이에 따르면 관료조직은 업무량에 상관없이 마냥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부하를 많이 거느리려는 권력욕과 서로의 호주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조직 본래의 목적과 무관하게 마구 일을 만들어 내면서 몸집을 부풀리는 것이다.
이런 확장주의에서 빚어지는 꼴불견 중의 하나가 관료조직 사이의 영토 쟁탈전이다.
■최근 우리 정부 내 두 부처가 벤처기업에 대한 해외지원센터 설립문제를 둘러싸고 드잡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 정말 가관이다.
자칫하다가는 해외 주요 도시마다 '대한민국 벤처지원센터'가 두개씩 세워질 판이다. 어느쪽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전형적인 밥그릇 싸움이다.
아무리 디지털시대가 와도 관료들의 아날로그식 추태는 여전하니 파킨슨 박사가 미소를 지을 일이다. 경제부총리제는 왜 부활했고, 내각의 팀제 운영방식이란 어디다 쓰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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