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블랙 먼데이'가 증시의 일시적 '심술'이 아니라 경제전반의 경(硬)착륙으로까지 이어진다면? . 일본경제의 '3월 위기'가 '설(說)'로 끝나지 않고, 엔화가치를 수직으로 떨어뜨린다면?. 만에 하나 미ㆍ일의 경제재앙이 한반도에 '합동상륙'한다면?.국내경제에 미칠 타격으로 본다면 '미국발(發) 경착륙'이 '일본발 엔저(低)'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세계경제의 엔진역할을 하는 미국경제의 추락은 곧 세계경제의 후퇴인 만큼 충격이 훨씬 더 전면적이기 때문이다.
13일 서울주식시장에서 확인된 것처럼 미국증시의 폭락은 국내 증시판을 온통 '파란색'으로 멍들게하고,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부진은 국내 수출컨테이너의 무게를 가볍게 해 '온기'가 겨우 돌기 시작한 국내 실물경제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다.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2%이하로 떨어진다면, 한국의 실질성장률은 4%미만(작년 9.2% 추정)으로 가라앉고 '100만 실업자'가 상시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향후 진로 평가는 '경착륙 우려론'과 '하반기 반등론'이 팽팽히 엇갈린다.
반면 일본경제에 대해선 설령 3월 위기는 넘긴다해도, 불황과 엔저 사태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다수의 시각이다. 따라서 한국경제로선 멀리 있는 '대형태풍'(미국 경착륙) 보다는 가까이 다가온 '기압골'(일본 엔저ㆍ불황)에 더 민감할 수도 있다.
문제는 수출이다. 현재의 엔화 및 원화환율이 1년 내내 유지될 경우 당장 우리나라는 20억달러가 훨씬 넘는 무역수지가 증발하게 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적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엔화가치가 5% 하락(엔화 환율 5% 상승)하고, 원화가치는 움직이지 않을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0.5%에 달하는 21억달러의 무역수지악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현재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가치는 작년말에 비해 5.06% 절하(환율상승)된 상태. 반면 원화의 가치하락폭은 0.58%에 불과,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메릴린치 모델을 따를 경우 엔화와 원화환율이 각각 지금과 같은 달러당 120엔안팎, 1,260~1,270원대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무역수지에서 고스란히 20억달러이상의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메릴린치나 도이치은행 등 국제투자기관들은 엔화환율을 6개월후 125엔, 1년후엔 13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어 우리나라의 수지손실폭은 훨씬 더 커지고, 이로 인한 성장여력 마모도 한결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수출업계가 상정하는 원ㆍ엔환율의 수출가격경쟁력 분기점은 대략 최소 100엔=1,100원.
작년말 가까스로 이 마지노선을 방어했던 원ㆍ엔환율은 현재 100엔당 1,060원대로 떨어져 이미 업종에 따라 출혈이 발생하고 있는 상태다.
메릴린치는 그러나 "만약 엔화가치가 5% 하락하는 것에 맞춰 원화가치도 5% 함께 절하된다면 한국의 무역수지는 오히려 44억달러의 개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저공습'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원화환율도 상당폭 상승을 용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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