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제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 후 정부의 첫 과제로 부시 행정부 인사들의 대북 관련 발언이 미국의 최종 입장이 아닐 수 있음을 북측에 전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의 섣부른 대응을 염려한다는 반증이다.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사일, 핵, 재래식 무기 등 북한의 위협요인이 부각되고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회의감이 표시된 후 북측에서도 냉랭한 기류가 흐를 것으로 보인다. 전 김일성종합대 교수인 조명철(趙明哲) 박사는 "미국에 대응해 북한에서 강경기조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북중, 북러 관계가 크게 개선된 만큼 설사 북미관계가 위기를 맞더라도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자신하는 북측이 자존심을 굽히지 않으리라는 얘기다. 지난달 21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의 힘의 정책에 반감을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중ㆍ장기적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다. 이는 최대 북미 현안인 미사일 문제와 관련, 북한이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발사 중지를 합의한데 이어 개발ㆍ수출에 대해서도 미국측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밝혔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또 올 1월 김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 등으로 명백해진 북한의 개방 정책의 지향점은 대미관계 개선이다.
그렇다면 초점은 북한이 언제 어떤 내용의 대미 협상 카드를 마련하느냐에 모아진다. 북한은 제네바 핵합의, 미사일, 재래식 무기 감축 등 미국측이 제기한 현안에 북한 체제안전 보장, 국제금융기구가입 등 국제사회진출, 경제적 지원 등의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문제, 북미 평화협정 체결 등을 협상용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남측과 해결해야 할 사안과 미국과 해결해야 할 사안을 보다 선명히 구분하려 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재래식 전력(戰力) 감축등 군사적 긴장완화방안와 관련해 미국과 얘기해야할 부분, 남한과 협상할 사안을 분명히 구분하는 작업이 예상된다.
사정이 이렇다면 향후 북한의 대남 행보가 남측 희망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낙관할 수만은 없다. 우선 남측이 중점과제로 추진중인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가 남북대화에서 제한적 범위내에서 다뤄질 확률이 높다.
또 5차 장관급 회담 연기처럼 북측의 '숨고르기'가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2차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으로서도 남북 화해협력의 기조를 유지할 현실적인 수요가 있는데다 국제정치적으로도 활용의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일단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북한에게 한반도 평화정착의 긴박성을 설득하는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을 상정하고, 여기에 대북 협상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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